고질적인 출판계 표절 치부 다시 수면 위로(종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1 17: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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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헤세 고전 출간하며 기존 판본 짜깁기 의혹 휩싸여
프로듀사 제작진 "크눌프 책, PPL 맞다…선정엔 관여 안해"

고질적인 출판계 표절 치부 다시 수면 위로(종합)

크눌프, 헤세 고전 출간하며 기존 판본 짜깁기 의혹 휩싸여

프로듀사 제작진 "크눌프 책, PPL 맞다…선정엔 관여 안해"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정아란 기자 = "힘들여 고전 번역을 해놓으면 곧 달라붙어 윤색만 해서 염가로 내놓으니 공들여 번역할 맛이 나겠습니까?"

11일 출판계에선 헤르만 헤세의 고전인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의 번역 표절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곪아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중론이다.

표절 대상이 된 출판사들은 이번엔 참을 수 없다며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표절 의혹을 공식 제기한 문학동네 측은 번역 표절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판매금지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표절 대상이 된 민음사 측은 표절 의혹이 짙다고 보고 내부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표절 의혹을 받게 된 크눌프는 지난 5월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권당 9천원, 두 권 세트에 1만8천원 정가에 출간했으며, 역자는 두 권 모두 이재준씨다. 크눌프 출판은 전에 출간 이력이나 납본실적이 없으며, 지난 4월 24일 등록된 신생 출판사다.

그러나 크눌프는 첫 출간부터 상당한 마케팅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출판계 시각이다. 실제로 드라마에 책을 등장시키는 간접광고(PPL)와 주요 서점과 인터넷 검색시 상위에 링크되도록 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을 쏟아부었으리란 추정이다.

책의 내용은 부실하고 부도덕한 짜깁기와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반면, 광고와 마케팅만큼은 업계 최고 수준의 비용을 쏟아부은 것이다. 그 결과 세트 도서는 예스24의 주간(6.4~11) 베스트셀러 집계 6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의 취지는 마케팅 대신 책의 품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를 정착시키자는 것이었지만, 이번 사례는 그 같은 선순환 구조 정착이 요원한 현실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물론 원소스멀티유즈(OSMU) 추세 등에 기반해 원작과 소품도 함께 뜨는 현상에 적응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이에 집중하면서 책의 내용은 뒷전인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은 출판계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 제작진은 크눌프 판본의 제작 활용과 관련해 "간접광고인 PPL은 맞다"며 "대행사가 크눌프판 도서를 가져왔을 뿐 제작진은 관여하지 않았고, 표절 의혹과 우리는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PPL이 대중의 소비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책을 노출시켰다는 책임 추궁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출판계 관계자는 "단순한 판매 수량만 갖고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목록, 돈만 지불하면 언제든 검색 순위 첫 번째 자리와 서점 고객의 눈길을 끄는 판매대에 오를 수 있는 현실, 또 그 같은 책들이 실제로 내용과 상관없이 잘 팔려나간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우리 시대 출판의 초라한 현주소"라고 씁쓸해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표절에 관대한 우리 문화를 재점검해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이름만 대면 알 대표적인 문고 출판사부터 타 출판사가 어렵게 공들인 작품들을 베껴내놓고 하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 해왔다"며 "특정 출판사의 경우 고전 문고 시리즈의 역자가 단 한 명뿐이란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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