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은 왜 사우디로 스커드 미사일을 쐈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1 16:09:38
  • -
  • +
  • 인쇄


예멘 반군은 왜 사우디로 스커드 미사일을 쐈나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6일(현지시간) 새벽 2시45분께.

예멘 국경 쪽에서 날아온 스커드 탄도 미사일 1기가 사우디아라비아 상공에서 패트리엇으로 요격됐다.

이 스커드 미사일의 표적은 예멘에서 130㎞ 정도 떨어진 카마이스 무샤이트에 있는 킹 칼리드 공군기지로 추측된다. 킹 칼리드 기지에선 예멘 시아파 반군을 폭격하는 사우디 공군 전투기가 출격한다.

3월26일 시작된 사우디의 예멘 반군 공습 이후 두 나라의 국경에서 박격포와 총격을 주고받는 소규모 공방은 잦았지만, 스커드 미사일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스커드 미사일은 파괴력이 크고 사거리가 수백 ㎞에 달하는 탓에 사우디는 공습 초기부터 이 미사일 발사 기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공군력이 절대 열세인 예멘 반군이 전세를 만회하려고 사우디 본토로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고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4월 사우디군은 공습으로 스커드 미사일 기자 80%를 무력화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장본인이 예멘 반군 후티가 아니라 이들과 합세해 예멘 정부를 전복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수하 세력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반군 후티의 세력도 만만치 않지만 정규 군사교육을 받지 않은 무장조직인 터라 스커드 미사일과 같은 정교하고 전문기술이 필요한 무기를 다룰 수 있을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멘을 30여년간 철권통치했던 살레 전 대통령은 재임시 스커드 미사일 보유에 큰 관심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스커드 미사일이 발사된 날 예멘과 사우디 국경에선 살레 전 대통령에 충성하는 정부군이 처음으로 등장, 사우디군과 교전을 벌였다.

예멘의 무력 사태에 주요 축인 살레 전 대통령 세력이 동시에 존재감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2012년 2월 민주화 열풍에 밀려 권좌에서 내려온 뒤에도 호시탐탐 권토중래를 노려왔다. 반군 후티와 내통해 지난 3년간 예멘 정부를 끊임없이 흔들어 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2월 초 반군의 쿠데타로 그의 희망이 실현되는 듯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우디의 공습 개시로 정국의 향방이 불분명해지면서 그의 입지가 좁아져 버렸다.

최근 미국과 예멘 반군 대표단이 오만에서 비밀리에 회동했고 사우디와 반군 대표의 물밑 협상설도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휴전 합의 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는 예멘 반군과 사우디로 도피한 정부가 남북을 양분하는 연방제가 꼽힌다.

예멘의 이런 정치적 상황을 배경에 두고 이번 스커드 미사일 공격 시점이 예멘 정부와 반군 사이의 14일 협상을 앞둔 점을 종합해 고려하면 살레 전 대통령의 의도를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

살레 전 대통령 측은 이런 흐름 속에서 일종의 시위성 미사일 발사로 무력 사태의 '메인 플레이어'로서 자신의 변함없는 위세를 과시,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지분을 선점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파르에 알무슬리미 카네기중동센터 연구원도 "이번 공격은 살레가 예멘에서 가장 위력적인 군사력을 지닌 세력임을 과시하고 14일 회담에서 그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