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案 내야 하는데…'온실가스 감축 후퇴국' 되나(종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1 15: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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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기대에 미달"…'재계 눈치보기' 비판도
산업계도 '불만'…민관검토반 시민단체 위원들 "목표 후퇴는 수치"
△ 정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 제시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유승직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제1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2030년 온실가스를 약 15-30% 감축을 목표로 4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있다.

강화案 내야 하는데…'온실가스 감축 후퇴국' 되나(종합)

"국제사회 기대에 미달"…'재계 눈치보기' 비판도

산업계도 '불만'…민관검토반 시민단체 위원들 "목표 후퇴는 수치"



(세종=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정부가 신(新)기후체제(포스트 2020)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내놨지만, 감축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11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14.7∼31.3% 줄이겠다는 내용의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 중 한 가지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안을 택하더라도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보다 후퇴했다는 논란이 불가피해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의 비판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 "후퇴금지 원칙 어겨"…정부도 인정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5천60만CO₂-e(이산화탄소환산량)로 산정하고, 14.7·19.2·25.7·31.3% 감축이라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문제는 어떤 안을 선택하더라도 기존에 우리 정부가 유지하던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보다 후퇴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작년 12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리마결정문은 각국이 제출할 감축목표(INDC)가 '기존 내용보다 진전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우리 정부도 동의했다.

이른바 '후퇴 금지의 원칙'(No Backsliding)이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이 이 원칙을 어긴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의무감축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 "산업계 눈치 보나"…정부 "우리나라 현실 감안"

정부가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 여론 수렴을 거쳐 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2안 또는 3안을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2안과 3안은 2030년 BAU 대비 각각 19.2%, 25.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2안은 2012년 배출량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감축 의지가 없다는 국내외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3안은 2012년 대비 8.1%를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이 역시 국제사회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여기에 BAU 대비 14.7%를 줄이겠다는 1안은 2012년 배출량보다 오히려 5.5% 더 많이 배출하겠다는 것이어서 더 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미 INDC를 제출한 미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보다 26∼28%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를 줄이기로 했다. 캐나다 역시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감축목표를 소극적으로 제시한 것은 정부가 산업계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제 살리기'가 화두인 만큼 정부가 산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은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해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개도국 사용 BAU개념 차용도 논란

감축목표안에서 특정연도가 아닌 BAU 개념을 사용한 것도 논란거리다.

지금까지 INDC를 제출한 국가 중 선진국은 대부분 특정연도와 비교해 감축안을 내놨다. 멕시코나 가봉 등 중·후진국이 BAU 개념을 사용했다.

BAU는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스로 산정한다는 점에서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있다. 과거 특정연도를 비교 대상으로 하면 좀 더 객관적이다.

게다가 멕시코는 2030년까지 BAU 대비 25% 감축안을, 가봉은 2025년까지 50% 안을 들고 나왔다. 한국의 확정안이 이들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이미 찍은 선진국은 기준연도 대비 절대량 감축방식을 택하지만 개도국은 BAU를 쓴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성호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은 "(온실가스 문제에서) 우리의 공식 포지션은 개도국"이라고 말했다.

◇ 산업계도 시민사회도 모두 '불만'

정부 발표에 대해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모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30년 BAU가 과소 산정된데다 정부 시나리오 중 가장 약한 1안마저 과도하다며 국내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안은 현행 2020년 목표와 비교해 배출량이 최소 8% 늘고, 2005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4∼30% 증가하는 계획"이라며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책임에 크게 못 미친다"고 감축안 철회를 요구했다.

포스트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을 위한 민관합동검토반의 시민단체 추천위원 10명은 성명을 내고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민관 거버넌스를 부정한 것"이라며 "감축목표 후퇴는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수치"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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