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겹친 필리핀 이주녀…호주 남편 급사에 비자도 불허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한 필리핀 여성의 꿈이 예상치 못한 잇단 불운에 산산조각이 나게 됐다.
필리핀 여성 엘렌 이사난은 2009년 10월 필리핀을 찾은 호주 남성 스콧 트리비를 만났고 2012년 4월 결혼을 했다.
결혼 2개월 후 이사난은 호주 이민당국에 "우리는 영원히 함께 지내기로 약속했다"라며 파트너 비자 신청을 했다.
이듬해 1월 임시 파트너 비자가 나왔고, 이사난은 약 일주일 후 호주 퍼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그녀의 부푼 꿈이 뒤틀리기까지는 채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사난이 퍼스에 도착하기 약 3시간30분 전에 남편 트리비가 간부전(liver failure)으로 갑자기 숨을 거둔 것이다.
남편의 장례식을 마친 이사난은 곧 이민부에 신상의 변화를 알렸다. 하지만 2개월 후 영구 파트너 비자가 취소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민재심재판소(MRT)에 호소했으나 "남편 트리비가 숨지기 전에 호주 땅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의 요청은 기각됐다.
이사난은 다시 법원의 문을 두드렸으나 최근 냉엄한 현실만을 마주해야 했다고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11일 보도했다.
호주 연방 순회법원은 이사난이 탄 비행기는 남편이 숨기기 전에 최소한 퍼스 공항에 착륙했어야 했다며 그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육지와 바다 위 영공의 경우 호주의 이민구역(migration zone)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적용했다.
안토니 루체브 판사는 이사난 측이 남편의 사망시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정확한 사망시간과 관련한 자료를 제시하도록 충분한 기회를 줬다며 "이민재심재판소의 결정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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