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역사인식의 두 대명사, 아베 총리에게 묵직한 충고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9 17: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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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고노, 대담서 아베정권 역사인식·안보법안에 '돌직구'
△ 9일 대담하는 무라야마(오른쪽)와 고노

日 역사인식의 두 대명사, 아베 총리에게 묵직한 충고

무라야마·고노, 대담서 아베정권 역사인식·안보법안에 '돌직구'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역사인식을 대표하는 담화를 낸 일본 정계의 두 '노송'(老松)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묵직한 충고를 했다.

전후 50주년인 1995년,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1993년 군위안부 제도에 일본 정부가 관여했음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은 9일 일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후 70주년 대담에서 아베 총리를 향해 직언을 쏟아냈다.

특히 같은 자민당의 선배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무라야마(사회당 출신) 전 총리에 비해 아베 정권을 향한 쓴소리를 자제했던 고노 전 관방장관의 '격정'은 청중석을 꽉 채운 수백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우선 군위안부 문제와 관련, 고노는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1944년 일본군이 네덜란드 여성들을 강제연행해 인도네시아 자바섬 스마랑 근교에 억류하고 위안부로 삼은 이른바 '스마랑 사건'을 거론했다. 군위안부 강제연행의 명확한 증거로, 아베 총리에게 '아킬레스건'과 같은 이 사건은 그 민감성 때문에 일본의 진보 언론도 거의 언급하지 않지만 국회의장(중의원 의장)까지 지낸 고노가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것이다.

고노는 이어 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 위해 일본 민관이 만든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해 "실패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그 가련한 사람들을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등 무라야마담화의 핵심이 빠질 것으로 보이는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돌직구'를 날렸다.

무라야마는 "과거에 잘못됐던 것을 사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제한 뒤 "무라야마 담화를 제대로 계승한다면 솔직하고 확실하게 명기함으로써 의문과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문구를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고노는 "총리의 담화가 역대 내각이 계승한 담화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누가봐도 후퇴한 것으로 보이는 담화를 내면 안 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무라야마담화를 말로는 계승한다면서도 그 핵심을 본인이 말하기를 꺼리는 아베 총리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각각 1924년(무라야마), 1937년(고노)생으로 전쟁을 경험한 두 사람은 전후 세대인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자위권 법제화(안보법률 제·개정)에 대해서도 강한 톤으로 반대했다.

무라야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해선 안 된다"며 "위기가 있다면 더욱더 설득해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위협'을 거론하며 집단 자위권 법제화에 나선 아베 총리에게 '외교적 노력'을 주문한 것이다.

고노는 "(안보법률 제·개정안에) 민의가 반영되어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며 "일단 법안을 물린 뒤 재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고노는 자위대 해외 활동의 대대적 확대가 수반되는 안보 법률 정비 후에도 자위대원의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에 대해, 자신이 정부에 있을 때 캄보디아에 파견한 경찰관이 순직하고, 그 유족이 피폐한 삶을 산 일을 소개하며 통박했다.

그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총리는 캄보디아의 상황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안전을 확인한 뒤 보냈지만 결국 사고가 났다"며 "그런 경험을 가진 나로선 '리스크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고노와 무라야마는 이날 주최측인 일본기자클럽의 방명록에 각각 '진실'과 '사무사'(思無邪·생각에 사악함이 없음)를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고노는 "사실과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어떤 일이 없었던 것처럼 하거나 부정하는 것, 다른데서도 있었다고 하는 것은 일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나는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는 "사악함이 없고 정직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진실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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