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밑바닥에서 황제자리까지 오른 비결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9 09: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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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쭤야오 '유비 평전'…강점과 약점 함께 조명

유비가 밑바닥에서 황제자리까지 오른 비결은?

장쭤야오 '유비 평전'…강점과 약점 함께 조명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사람으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

삼국시대의 영웅으로 촉한(蜀漢) 황제에 올랐던 중국역사의 유비(劉備). 그는 조조(曹操), 손권(孫權)과 더불어 한 시대의 풍운아였다. 밑바닥 삶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 그가 일국의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올해 84세인 중국의 역사학자 장쭤야오(張作耀)가 난세에서도 꺾이지 않고 다시 일어났던 불굴의 영웅 유비를 재조명했다. '유비 평전'을 통해서다. 저자는 무엇보다 인재를 중시했던 유비의 성품과 역정을 다시 생각해본다. 아울러 그 한계도 냉정하게 짚어낸다.







유비의 생존 여건은 무척 어려웠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미투리, 돗자리를 짜서 생계를 이어야 했다. 그랬던 그가 스물네 살 때 황건의 농민봉기를 진압하는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면서 권력의 세계로 본격 진입한다.

젊은 날의 그를 성장케 해준 비결은 좌절을 겪으면서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백절불요(百折不撓)의 정신이었다. 이는 역사서 '삼국지'를 지은 진수(陳壽)의 인물평이기도 하다. 이렇다 할 지역기반이 없던 혈혈단신의 유비는 고비를 넘고 또 넘어 촉한의 일인자가 될 수 있었다.

불굴의 정신과 함께 그를 성공의 자리로 올려놓은 것은 의리를 중시하고 사람을 아끼는 정치력이었다. 물론 지혜와 속임수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발휘하고 구사했던 점도 빠뜨릴 수 없다.

그의 용인술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삼고초려(三顧草廬)다. 유비는 자신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제갈량(諸葛亮)의 도움을 얻기 위해 성심을 다했다. 제갈량이 자신의 곁으로 오자 유비는 "내가 공명(公明)을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며 기뻐한다.

사람을 정성으로 대하면 그 마음을 얻는다. 그 마음을 얻으면 못할 일 또한 없다. 관우와 장비, 조운이 죽는 날까지 유비를 받들고, 제갈량이 혼신의 힘과 지혜를 다해 유비를 보필하고 주군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유업을 받들고자 몸을 바쳐 일했던 비결이다. 유비는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이치를 터득하고 있었던 것.

저자는 곡절 많고 험난하며 위태로웠던 인생 역정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던 유비의 정신적 면모를 깊이 있게 탐색해나간다. 덕이 있어 외롭지 않았던 덕불고(德不孤)의 군주 유비. 이 책은 진정한 리더십이 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물론 유비가 그저 덕만 베풀지 않았다. 믿음과 의리는 물론 교활과 배신도 그때그때 구사했다. 이는 신뢰와 더불어 표리부동 등의 정략을 함께 구사해야 하는 정치의 숙명이자 특성이기도 하다. 저자는 영웅다운 기상과 인간적인 약점을 아우르며 객관적으로 서술해나간다.

유비가 믿음을 내세우고 의리를 숭상한 것은 민심을 얻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일 뿐이었다. 믿음과 의리를 중시하되 결코 그에 얽매이지는 않았다. 달리 말해 그는 상황에 따라 무척 교활했으며 신의도 돌보지 않았다.

그는 제자백가(諸子百家)에서도 얻을 게 있고, 법가(法家) 사상도 쓸 만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왕도와 패도의 가치를 동시에 인정한 가운데 유학을 우선하되 법령과 형벌도 병행했던 것. 이는 잔혹하고 엄정한 역사적 현실과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거쳤던 인생역정과도 관련이 있다.

저자는 그가 용병술에 늘 뛰어났던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서주목을 맡고 봉강대리가 된 이후로 직접 이끈 전투에서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던 것처럼 군사적 재능과 수완이 무척 부족했다는 것. 두 해 동안 황제의 자리에 있을 때도 원수를 갚기 위해 전쟁에 매달렸기에 정치, 경제 등의 방면에서는 내세울 만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삼국 중에 촉한이 가장 먼저 멸망한 이유도 일정 부분은 유비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민음사. 656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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