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숲 280m 떨어진 곳에 도로 건설…주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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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기념물 1호 '도동 측백나무 숲' 지켜주세요 (대구=연합뉴스) 대구시 동구 도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1호인 측백나무 숲(사진) 주변에 들어설 4차 순환도로 건설을 두고 인근 마을 주민들과 시공사인 한국도로공사가 2년째 마찰을 빚고 있다. 도로공사는 4차 순환도로를 측백나무 숲에서 280m 떨어진 지점에 고가도로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인근 주민들은 환경변화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520m 가량 떨어진 곳에 터널로 지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동 측백나무 숲은 1962년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됐다. 중국에서 주로 자라는 것으로 알던 측백나무가 남방한계선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 등에서 식물 및 유전학상 연구가치가 높다고 한다. 2015.6.8 <<대구시>> suho@yna.co.kr |
<지역 이슈> 측백나무숲 옆 도로건설 마찰 2년…해법 '깜깜'
"천연기념물 1호 고사할 것" vs "별다른 피해 없어"
도로공사 숲 280m 떨어진 곳에 도로 건설…주민 반발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대구 10경'이라고 하는 측백나무 숲이 죽어가고 있다. 가능한 한 숲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도동 향산마을 주민)
"환경영향 평가에서 (도로 건설은) 측백나무 숲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걸로 나왔다. 주민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설계변경 여부를 판단하겠다."(한국도로공사)
대구시 동구 도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1호인 측백나무 숲 주변에 들어설 4차 순환도로 건설을 두고 인근 마을 주민들과 시공사인 한국도로공사가 2년째 마찰을 빚고 있다.
대구시 등이 중재에 나섰으나 서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팽팽히 맞서고 있어도로 건설이 난항을 겪고 있다.
도로공사는 대구 도심에 교통 지·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2008년부터 달서구 성서공단∼동구 상내 분기점 32.4㎞에 4차 순환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이 도로를 범안로, 앞산터널로 등과 연결해 도심 외곽으로 교통량을 분산한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국비 등 1조2천여억원을 들여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7개 공구로 나눠 진행하는 도로 공사에서 문제가 발생한 곳은 6공구인 동구 지묘동∼둔산동 4.68㎞(도동 구간)이다.
당초 도로공사는 2008∼2011년 실시한 기본설계에서 도동구간을 측백나무 숲과520m 가량 떨어진 곳에 터널화 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2∼2013년 실시설계에선 측백나무 숲에서 280m 지점에 고가도로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도로공사는 "변경한 계획대로 공사를 하면 터널 조성에 드는 예산 300억원을 절감한다"며 "도로 구조도 곡선보다 직선에 가까워져 교통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도로공사가 처음과 다른 계획을 들고 나오자 측백나무 숲 인근 향산마을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4차 순환도로가 처음 계획보다 250m 가까워 지면 소음, 매연, 진동 등 영향이 커져 측백나무 숲 고사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의 측백나무 숲 사랑은 각별하다.
2010년부터 시민환경단체, 동구청, 동구의회 등과 '도동 측백나무 숲 보전협의회'를 꾸려 실태조사, 활엽수 제거 등 보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불 등에 대비해 주변에 폐쇄회로(CC)TV 4대도 설치했다.
주민들은 "측백나무 숲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에 들어선 포항∼대구 고속도로 울림 현상 등으로 이미 숲을 훼손한 마당에 순환도로까지 근접거리에 생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다"며 "요즘 측백나무 숲엔 새도 잘 안 날아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동 측백나무 숲은 향산마을에서 동쪽방향으로 250m∼400m 떨어진 100m높이 암벽 표면 3만5천여㎡에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수령 수백년에 4m∼5m 크기의 측백나무 1천200여 그루가 암벽 표면을 뒤덮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 뿌리를 내린 측백나무는 700여 그루 정도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측백나무 숲을 둘러싼 주민과 도로공사 사이 갈등은 지난해 말 전환점을 맞는 듯했다.
중재 역할을 자처한 대구시는 작년 10월 도동구간 설계변경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현재 계획처럼 도로를 건설하면 측백나무 숲 고사가 가속화한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 이에 국토부도 10억원의 설계변경 예산을 마련했다.
도로공사도 설계변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대구시, 대구시의회, 주민 등이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를 꾸렸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열린 첫 협의회에서 양측은 의견 차이만 확인했고, 참석한 주민 몇몇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 자리에서 도로공사는 고가도로 설계안을 전제로 한 '측백나무 숲 환경영향 저감 방안'을 제시했다.
공동생태 환경조사단을 운영해 도로 공사 때는 분기 1차례, 완공 뒤에는 연간 1차례씩 환경영향을 조사하고, 향산마을 소음·분진 피해 등을 막기 위해 방음벽 등도 설치한다고 밝혔다.
협의회에 참석한 향산마을 주민 서관교(59)씨는 "수년 동안 터널화를 요구했고 대구시장 등도 설계변경을 건의했는데 어떻게 기존 계획안을 그대로 들고 나올 수 있느냐"며 "주민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도로공사 대구순환건설사업단 관계자는 "설계변경을 위해서는 기술·경제적 타당성 등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필요한데 지금은 부족하다"며 "관련법 상 공사진행에 문제는 없지만 주민의견 등을 충분히 반영해 공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도동 측백나무 숲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됐다. 중국에서 주로 자라는 것으로 알던 측백나무가 남방한계선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 등에서 식물 및 유전학상 연구가치가 높다고 한다.
대구시는 "측백나무 숲을 생태문화자원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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