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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나 제공>> |
<공연리뷰> 기량의 정점을 보여준 최고의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앙코르 다섯 곡. 현재 세계 최고로 군림하는 성악가의 첫 내한 공연에서 쉽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메르스 걱정으로 온종일 거리마저 한산했던 7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합창석까지 가득 메운 청중은 폭풍 같은 갈채와 환호로 열광했고, 무대 위의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은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마지막 순간까지 열의를 다해 이에 화답했다.
최근 스스로 여러 차례 강조한 대로, 그의 성악적 기량은 현재 정점에 달했고 불안했던 발성의 문제는 확실히 해결된 것으로 보였다. 이에 관련한 그간의 갑론을박을 카우프만은 이번 서울 공연으로 거의 종식했다.
"내한 공연이 처음이니 내가 지닌 것들을 한 번에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카우프만은 1부와 2부 순서를 자신이 부른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페라 아리아 중 가장 사랑받아온 곡들로 구성했고,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꼭 들려주고 싶었던 곡들은 앙코르로 선보였다.
여러 해에 걸쳐 카우프만과 한 무대에서 공연해 온 독일 지휘자 요헨 리더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박진감 넘치는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첫 등장 때 이미 청중의 열화 같은 환호에 감동한 카우프만은 푸치니 '토스카'의 '오묘한 조화'를 거의 완벽한 발성과 정교한 표현으로 선사했다.
뒤를 이은 폰키엘리 '라 조콘다' 중 '시간의 춤'에서 사소한 불안정함은 있었지만,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섬세한 해석을 따라 독특하고 색채감 넘치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라 조콘다' 중 테너 주인공 '엔초'의 아리아 '하늘과 바다'를 부른 카우프만은 '연인을 향한 갈망 가득한 기다림'을 표현한 마지막 고음을 특유의 피아니시모 가성 창법으로 시작해 강렬한 포르티시모 진성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콘서트홀을 흥분으로 가득 채웠다. 이와 동시에 '고음이 불안해서 종종 가성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논란을 잠재웠다.
이번 콘서트의 게스트로 등장한 소프라노 홍혜경은 오페라 애호가 대부분이 사랑하는 카탈라니 '라 왈리'의 대표 아리아 '나 이제 멀리 가리'로 드라마틱한 감흥과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카우프만의 치밀한 텍스트 해석력과 거기서 나오는 연기의 힘은 절박하고 절망적인 심경을 노래하는 베르디 '루이자 밀러'와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테너 아리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술에 취한 듯한 눈빛, 휘청거리는 몸짓과 함께 한순간에 극중 인물 '투리두'로 변신하는 재능은 감탄과 함께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장중하고 화려한 마스네의 '르 시드' 서곡으로 시작된 2부에서 카우프만은 간절하면서도 경건하고 기품 있는 '르 시드의 기도' 아리아로 이날 그의 바그너를 듣지 못하는 청중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그에 이어 등장한 홍혜경은 샤르팡티에 '루이즈' 중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친 그날부터'를 노래하며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음색과 표현력으로 청중을 매혹했다. 특히 이 아리아를 부르는 홍혜경의 목소리는 콘서트홀과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공명을 이뤘다.
콘서트의 마무리는 전 세계 오페라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카우프만의 대표곡인 '카르멘'과 '베르테르'의 아리아로 이루어졌고, 객석에서는 감탄사와 한숨이 쏟아졌다. 독일 가수지만 이탈리아어 못지않게 프랑스어 발음도 탁월했다.
모두 스무 번 넘게 쏟아진 커튼콜 속에서 카우프만은 앙코르곡으로 먼저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을 불렀고, 두 번째 곡으로 홍혜경과 함께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를 불렀다.
청중에게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이 배역으로 활약한 두 주역 가수의 무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카우프만은 단순한 콘서트 앙코르가 아닌 '라 트라비아타' 실제 무대인 양 '비올레타'를 흠모와 갈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알프레도'를 사실적으로 연기해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진지한 가수인가를 보여주었다.
세 번째 곡은 리하르트 타우버가 작곡한 '그대는 나의 온 세계'(Du bist die Welt fuer mich)로, 카우프만은 1920-30년대에 활약한 독일 테너 타우버가 부른 노래들을 콘서트에서 부르고 음반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네 번째 곡은 이탈리아 가곡 '무정한 마음(카타리)', 마지막 앙코르는 아마도 청중 대부분이 듣고 싶어 했을 레하르의 '미소의 나라' 중 '내 온 마음은 그대의 것'(Dein ist mein ganzes Herz)이었다.
이날 관객들은 콘서트홀을 가득 채우는 그의 풍성한 음량, 깊고 어두운 음색과 대조를 이루는 곧고 강렬한 고음, 그리고 타고난 듯 탁월한 표현력에도 감탄했지만, 세계적인 스타임에도 한 곡마다 마치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하는 그의 성실함,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노래하는 듯한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에 더욱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바그너를 듣지 못한 것이 이날의 유일한 아쉬움이었지만, 청중에게도 카우프만에게도 잊지 못할 공연이었을 것이다.
rosi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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