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선 3대 예상 시나리오…쿠르드 정당 득표율이 좌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7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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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카라 AP=연합뉴스) 터키의 새 정부 선출 총선 투표일인 7일 오전(현지시간) 앙카라의 한 투표소에서 선관위 직원이 투표용지와 스탬프 등을 준비하고 있다.

터키 총선 3대 예상 시나리오…쿠르드 정당 득표율이 좌우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터키가 7일(현지시간) 치르는 총선 결과는 최대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 유권자의 결정에 달렸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득표율 1위는 확실하지만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득표율에 따라 과반의석 확보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인 터키 총선은 정당별 전국 득표율이 10% 이상인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한다.

HDP가 10% 이상 득표하면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AKP는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뿐만아니라 과반의석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도전한 정당 20개 중 AKP와 공화인민당(CHP), 민족주의행동당(MHP) 등 3개만 원내진출이 확실하며 4위로 예상되는 HDP는 10% 안팎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AKP를 창당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직 11년째였던 지난해 8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하고서 대통령제 개헌을 역설해왔다.

터키의 헌법 개정은 의회 정원(550명)의 3분의 2 이상(367명) 찬성이면 국민투표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또 국민투표 발의는 의회에서 5분의 3(330명) 이상 찬성해야 한다.

AKP가 단독으로 개헌을 추진하려면 330석 이상 확보해야 하며 이는 HDP의 원내진출 여부에 달렸다. AKP가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지만 야당들이 모두 거부해 조기총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총선은 AKP 의석 수가 ▲330석 이상 ▲과반이나 330석 미만 ▲과반 확보 실패 등 3대 시나리오에 따라 대통령제 개헌 여부는 물론 경제·외교정책 등의 대변혁이 일어난다.

우선 AKP가 330석 이상 얻으면 총선 공약이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염원인 대통령제 개헌이 가능하다.

이 시나리오는 HDP가 10%를 득표하지 못해 AKP와 CHP, MHP 등 3당 체제가 되는 경우로 AKP는 단독으로 국민투표 발의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의원내각제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층이 탄탄해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도 가능하다.

야당은 독재적 통치로 비난받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권을 얻게 되면 권력 분립 약화가 심해지고 1인 통치 체제로 바뀌어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간지 사바흐 등 친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터키가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려면 강력한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옹호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노골적 금리인하 압력 등 '반(反)시장적' 정책으로 악명이 높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면 리라화 가치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나 시리아와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문제를 놓고 벌이는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니파 이슬람을 중시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스만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네오오토만주의자'라는 평가도 있어 유럽연합(EU) 가입 문제 등으로 서방과 대립하는 외교정책이 점쳐진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AKP 의석이 276~330석인 경우다. 이는 HDP가 10%를 넘기고 AKP가 40%대 중반을 얻거나, HDP가 10% 미만이나 2, 3위가 확실한 CHP와 MHP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높을 때다.

AKP는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지만 개헌을 추진하기 어려워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이 약해질 수 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 집념이 강하고 탈당했지만 당대표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보다 당내 영향력이 세기 때문에 대안을 도모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AKP의 총선 승리를 판가름할 심리적 기준인 300석 미만이면 다부토울루 총리의 지도력이 도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300석 이상 승리하면 다부토울루 총리는 처음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지도자가 되는 셈으로 에르도안 대통령과 권력 다툼을 벌일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선 출마로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지명된 다부토울루 총리는 야당으로부터 '에르도안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시장은 다부토울루 총리가 이끄는 AKP 단독정부가 가장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결과로 여기고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인 AKP의 과반의석 실패는 HDP가 10% 기준을 넘기고 AKP의 지지율이 40%대 초반에 그치는 경우다.

이 경우 대통령제 전환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3개 야당은 모두 AKP의 연립정부에 불참하겠다고 공언해 AKP의 집권도 13년 만에 막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계에선 극우세력과 관련된 MHP가 AKP와 연정하거나 CHP-HDP 중심의 연정 구도 등을 점치고 있다.

연정에 실패하면 조기총선을 치러야 하는 등 정정불안이 심해져 금융시장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에르도안 대통령은 종전의 간선제 대통령들과 달리 현행 헌법에 보장된 내각회의 소집권 등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준(準) 대통령제'를 실행하면서 정부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HDP의 득표율이 명운을 좌우하게 되자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HDP 비난에 주력했다.

친정부 성향의 언론도 HDP와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내세운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가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HDP 깎아내리기에 앞장섰다.

한편, 터키 쿠르드족의 수도격인 동부 도시 디야르바크르에서는 지난 5일 HDP의 마지막 유세장에 폭탄 2발이 터져 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앞서 4일에도 동부 빙굘 주에서 HDP의 유세 버스가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운전사가 숨졌고, 지난달 18일 남부 도시 아다나와 메르신의 HDP 선거사무소에서 폭발물이 터져 당직자가 부상하는 등 선거운동 기간 HDP를 겨냥한 공격은 70여건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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