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준호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 소장
"한국 로봇기술 이제는 미국·일본과 어깨 나란히"
(포모나<美캘리포니아>=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오준호 카이스트(KAIST)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소장은 5일(현지시간) "한국의 로봇 기술이 미국·일본·유럽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류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포모나 복합행사장에서 열린 '다르파(DARPA) 로봇 챌린지' 결선대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외국의 뛰어난 팀들이 한국에서 제작한 본체와 부품을 사용해 로봇을 만들어 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개최한 이번 대회에서 카이스트팀을 이끌고 참여했다.
오 소장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만든 본체와 부품을 쓰는 게 상례였다"면서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팀이 한국에서 제작한 로봇 본체를, 일본·유럽 출전팀들은 우리 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다음은 오 소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대회의 의미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재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앞으로 응용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미국은 이번 대회를 위해 1천억 원을 투자했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EU 정부가 참여하는 도전이며, 국제 간 협력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다르파는 당초 결선대회 참가 자격심사를 벌여 6개팀을 뽑았다. 그 중 하나가 카이스트가 제작한 로봇 휴보였다. 참가한 것만으로 3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카이스트는 2년 전에 도전해중위권 성적을 거뒀지만 결선대회 참가 자격을 받았다. 각국에서 선발 과정을 통해 최종 6개국 24개팀이 확정된 것이다.
-- 어제 최종 리허설에서 1위를 했다.
▲어제 8개 수행과제를 41분에 모두 마쳐 1위를 했다.(※정해진 60분 내에 8개 과제를 얼마나 빨리 수행하느냐가 관건) 사실은 우리가 평소 연습했을 때보다는 늦은 기록이다. 리허설인 만큼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또 많은 팀들이 어제 경기 자체를 포기한 것도 한몫했다. 제 실력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작전일 수도 있다. 어쨌든 최강팀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담감은 있다.
-- 카이스트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오늘과 내일 경연 결과에 따라 최종 승부가 날 것이다. 어제 우리팀이 세운 기록은 41분이다. 출전팀 모두 그 기록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도 새롭게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대회에서 점수를 얼마나 따느냐보다는 로봇다운 면모를 보여주려고 한다.
--대회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는.
▲인간형 로봇의 최강국인 일본팀들과 이번 대회를 주도하는 미국팀들이 가장 어려운 상대이며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결선에 참가한 6개국 24개팀은 경연 결과에 상관없이 높은 기술 수준을 갖고 있고 잠재력도 뛰어나다. 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것과 로봇 기술과는 관련이 없다.
-- 정해진 8개 수행과제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이번 대회 출전한 모든 팀들이 힘들어하는 과제는 차량에서 하차, 계단 오르기, 장애물 제거·통과다. 로봇을 이동시키는 게 가장 어렵다.
--한국의 로봇 기술 현황은.
▲그동안 로봇 기술 선진국인 미국·일본·유럽에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류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로봇 경연장에 왔고 동등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나름대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 한국산 로봇 본체와 부품을 사용한 외국팀이 적지 않았다.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의 타르탄 레스큐(Tartan Rescue)와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주립대(UNLV)의 DRC-Hubo는 카이스트의 휴보 모델을 사용했다. 한국산 로봇 본체를 사용한 팀은 6개팀이고 한국산 부품을 이용한 팀은 4개팀이다. 외국의 우수한 10개팀이 한국산 본체와 부품을 사용했다. 이는 매우 뿌듯한 일이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재난안전 로봇이 언제 상용화될 수 있나.
▲인간형 로봇의 상용화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이 로봇들은 재난 상황을 비롯해 실생활에서 인간을 대신한다기 보다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유해 독가스가 꽉 차있는 공간에서 문을 열거나 밸브를 개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또 화성과 같은 우주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맡는다는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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