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도 못누른 인기공연

전형득 기자 / 기사승인 : 2015-06-06 08:00:40
  • -
  • +
  • 인쇄

[부자동네타임즈 전형득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여파로 공연계가 침체기를 맞았다. 다수가 모이는 시설을 기피하는 분위기때문이다. 일부 공연은 취소되거나 조기종영되고, 티켓 예매사이트에선 하루가 다르게 예매 취소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메르스 전염 공포를 이겨내고 예매 순위 상위권에 오른 공연을 소개한다.



◇ 실험적이어도 괜찮아…'스피킹 인 텅스'

배우 조재현이 설립한 공연제작사 수현재컴퍼니가 지난달 1일 선보인 연극 '스피킹 인 텅스'는 개막 한달이 지난 상황에서도 티켓 예매사이트에서 예매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스피킹 인 텅스'의 인기는 의외다. 다소 실험적인 작품이다 보니 언뜻 대중성과 거리가 있어 보여서다.

총 3막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전막에 걸쳐 서로 교묘하게 연결된 9명의 인물을 통해 남자와 여자, 나아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형성된 관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그리며 '신뢰'에 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1막은 두 쌍의 부부가 상대의 배우자와 벌이는 불륜을, 2막은 한 여성의 실종사건을 그렸다. 1막과 2막의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1막의 부부들이 경험한 불륜은 2막의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 그렇게 차츰 맞춰져 가는 퍼즐은 3막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호주 극작가 앤드루 보벨의 1996년 작품으로 '스피킹 인 텅스'는 '방언'이라는 의미가 있다.

수현재씨어터. 일반석 5만원. 문의 ☎ 1544-1555





◇ 믿고 보는 김광보 연출의 'M.버터플라이'

2012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세번째 공연인 'M.버터플라이'가 예상대로 예매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런 인기의 뒤에는 탄탄한 마니아층이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중국계 미국 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쓴 이 작품은 1986년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토대로한다.

주중 프랑스 대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여장 남성인 중국 경극배우 송 릴링에 반하고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프랑스로 돌아온 르네는 국가기밀죄로 법정에 서고, 릴링이 여장 남자임이 밝혀지면서 파멸로 치닫는다. 이 기이한 사랑 이야기는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뒤흔든다.

과거 공연 당시 대형서점에서 희곡 원서가 동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연극계에서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광보 연출의 연출력만으로도 믿고 볼만 하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3만~6만원. 문의 ☎ 02-766-6007





◇ 돌아온 '디토 페스티벌'…용재오닐의 '겨울나그네'

클래식 공연 중에선 국내 클래식계의 '스타' 군단으로 자리 잡은 '앙상블 디토'의 공연이 단연코 화제다.

'앙상블 디토'와 그 친구들이 꾸미는 축제 '디토 페스티벌'은 이번 주말 개막한다. 6일을 시작으로 30일까지 이어진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2015 디토 페스티벌' 주제는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 곧 '슈베르트의 밤'이다.

31세에 요절한 천재, 슈베르트와 그 친구들이 매일 저녁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시를 읊으며 청춘을 노래한 바로 그 모임의 이름으로, 슈베르트의 다양한 작품을 연주한다.

먼저 개막일인 6일은 '앙상블 디토'의 리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장식한다.

그는 2007년 이후 8년만에 '겨울나그네'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겨울나그네'는 그의 역대 음반 중 최고로 꼽히는 3집에 담긴 작품으로, 앙코르 공연 요청이 쇄도했던 공연이다. 클래식 기타 듀오 '이성우 & 올리버 파르타쉬 나이니'와 함께한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람료는 3만∼8만원. 문의 ☎ 1577-5266.





◇ 보이는 물질에서 보이지 않는 '힘' 발견하기…니나 카넬展

최근 인기인 '북유럽 스타일'을 미술 전시로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이 외국 작가로는 드물게 열고 있는 스웨덴 출신 작가 니나 카넬(36)의 개인전이 바로 그 장소다.

전시 작품들은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작품을 구상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시 공간 입구에는 수증기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세숫대야와 시멘트가 놓여 있고, 벽에 박힌 못에는 또 다른 작은 못이 몇 개 달려있으며, 열을 가한 피복처럼 보이는 것들은 바닥에 서로 엉켜 있다.

사람의 주거환경과 사무공간에서 기초를 이루거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작품 소재가 됐다.

시멘트는 습기를 머금으면 굳기 마련이고, 못 몇 개가 서로 달려있도록 보이는 힘은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게 교묘하게 설치됐을 자석의 힘이 아닐까라고 상상했으며, 엉켜있는 피복을 보고선 누군가에겐 쓰레기가 될텐데 라고 생각했다.

전시에 며칠 앞서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제 작품은 완결되거나 특정하게 규정된 작품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모습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일반 전시공간에서 이처럼 친절한 작품 설명을 들을 순 없지만, 관람객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과정에 있는 전시작 최후의 모습은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하게 하는 것도 미술전시의 보이지 않는 큰 힘이 아닐까 싶다.

카넬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항상 그 속에 있는 어떤 '힘'에 대해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누군가에는 볼품 없고 쓸모없는 과정일 수 있겠지만 과정이 있어야 결과가 있을 수 있고 보이는 것은 완결된 형태지만 그것이 나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힘이 더 우월할 수 있겠다는 메시지를 준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