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복지부에도 직접 확인안해…시 "자체적으로 인지했다"
![]() |
△ 서울시장,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서울시 메르스 의사 접촉 발표…'성급'·'혼선'
해당 의사 "사실관계 확인 없이 발표했다" 지적
병원·복지부에도 직접 확인안해…시 "자체적으로 인지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긴급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감염 의사 A씨가 직·간접적으로 다수 시민과 접촉했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인 A씨에게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도 협의 없이 발표해 국민 불안을 더 고조시켰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던 A씨가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지난달 30일 오후 양재동 L타워에서 1천56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하는 등 불특정 다수 시민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A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스 감염 증상이 나타난 것은 31일 오전이고, 그 이전에는 의심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는데 병원과 저한테 단 한 번도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채 메르스를 전파했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라고 서울시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A씨의 설명은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시는 A씨가 지난달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이 시작됐고 30일 증상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A씨가 31일 오전 9∼10시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A씨는 당일 심포지엄에는 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씨는 "서울시가 만약 이런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려면, 환자 본인과 병원 측에 확인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확인 작업이 없었다. 최소한 내 얘기를 들어보고 발표를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4일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가 A씨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고 병원 측에도 해당 의사가 공중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알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확인을 안 해줬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 병원, A씨까지 어느 곳에서도 직접 A씨의 동선을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박 시장은 "(A씨의 외부활동 사실은) 서울시 공무원이 전날 늦은 오후 열린 복지부 주관 회의에 참석한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인지했으며 중앙정부로부터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서울시가 제대로 A씨의 동선을 확인하지 않은 채 발표부터 서두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전날 브리핑 직전까지도 A씨에 대한 격리통보 날짜를 지난달 27일이라고 했다가 31일로 수정했고, 확진 날짜도 이달 4일에서 1일로 고치는 등 혼선을 빚었다.
5일 오전에도 A씨와 접촉한 시민 중 21명이 연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가 248명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계속됐다.
이날 브리핑 시간도 오전 9시 45분으로 발표했다가 '오전 중에 한다"며 연기하기도 했다.
또 박 시장의 4일 밤 브리핑이 언론 매체를 통해 생중계되는 동안 A씨가 근무하는 병원 이름 등이 그대로 노출돼 병원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과 엇박자를 보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브리핑에서 전날 서울시가 메르스 의심 의사가 최소 1천500여명 접촉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 장관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