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발표 사실이면 '병원·의사' 도덕성에 치명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5 00: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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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병원 측 "의사 조사했지만 대규모 행사 참석은 '금시초문'"
지역사회 대규모 3차 감염 위험은 아직 '미지수'
△ 서울시장,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메르스 확진 환자인 서울의 한 의사가 격리 통보에도 불구하고 1천400명 규모의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왼쪽 지도는 해당 환자의 이동 동선. 2015.6.4 hama@yna.co.kr

"서울시 발표 사실이면 '병원·의사' 도덕성에 치명타"

해당 병원 측 "의사 조사했지만 대규모 행사 참석은 '금시초문'"

지역사회 대규모 3차 감염 위험은 아직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병원의 의사가 자가 격리가 필요한 의심환자 단계에서 1천500여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행사에 참석, 여러 사람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병원 측은 이 의사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직접 대책본부를 꾸려 밀접 접촉자 찾기에 나섰지만, 이런 사실은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35번(38) 환자는 ⓓ병원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의사로, 지난달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이 시작됐고 같은달 30일에는 증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사는 30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 의학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저녁에는 1천565명이 참석한 서울 개포동 재건축 조합행사에 참석했다. 이밖에도 30~31일 이틀 동안 여러 곳에서 동선이 확인됐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35번 환자는 이후 31일 오후 시설에 격리조치됐으며, 이달 1일에는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의 발표대로라면 35번 환자가 여러 행사에 참석할 당시 이미 증상이 발현됐던 만큼 그와 밀접 접촉한 여러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증상이 없을 때는 전염력이 없지만,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심환자가 대규모 행사에 참석했다고 해서 지역사회 3차 감염 발생위험이 높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메르스가 유행하던 2012~2014년 이슬람의 성지순례인 '하지(Hajj)' 기간에도 지역사회 3차 감염은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확진 이후 자체 조사에 나선 ⓓ병원은 이런 내용을 해당 의사로부터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대책본부를 꾸려 실시한 역학조사로는 병원 입원환자 10명과 가족을 포함해 약 40~50명 정도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1천명이 넘는 대규모 행사에 참석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35번 환자가 격리 기간에 외부 행사 참석을 하고도 이런 사실을 숨겼거나, 병원 측이 고의로 누락시켰을 가능성이 대두된다.

모 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만약 서울시의 발표가 사실이고, 의사나 병원이 고의로 감염자의 동선을 숨겼다면 해당 병원과 의사 모두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면서 "보건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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