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에서 부담…한미정상회담 의제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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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
정부 "美남중국해 언급, 우리에 새역할 요구 아니다"(종합2보)
"일반론적 차원의 견해표명"…논란확산 극도 경계
미중 사이에서 부담…한미정상회담 의제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 정부는 4일 미·중 간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의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언급과 관련해 "일반론적 차원의 견해 표명"이라면서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자칫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해 특정 견해를 표명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러셀 차관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에서 의제 가능성 등 한미간의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6개국이 영토권 분쟁을 벌이는 곳으로, 최근 들어 인공섬 건설 등 영유권 공세를 대폭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국과 일본이 직·간접으로 영유권 분쟁에 개입을 확대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에게 새로운 역할이나 조치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무역국가이자 분쟁의 당사자가 아닌 한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보편적 원칙과 국제적 규범을 지지하는 그런 언급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러셀 차관보의 언급은) 중국과 동남아 관련국이 이미 합의한 '행동선언'(DOC)의 완전한 이행이나 협의가 진행 중인 '행동수칙'(COC)의 조속한 체결 촉구를 지지하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이 이미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미측이 남중국해와 관련해 그동안 우리에게 어떤 것을 해달라는 요청이나 요구가 없었다"면서 "다만 과거 정세평가를 하는 가운데 이야기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주요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남중국해에서 최근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정부는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이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이행되고 중국과 아세안 간 협의 중인 남중국해 행동규칙도 조속히 체결돼 평화와 안정이 계속 유지되길 기대한다"면서 "정부는 이런 기본 입장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표명해왔으며, 앞으로도 여러 계기에 지속적으로 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러셀 차관보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연 세미나에서 방청객의 질문에 "한국이 미국처럼 분쟁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한국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편적 원칙과 국제적 규범을 지지하는 측면에서 (남중국해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남중국해 문제가 미중 간 가장 두드러진 갈등 요소로 부각되는 시점에 나온 미국 고위 당국자의 이런 발언은 한국에 본격적인 입장 표명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달 중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오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로도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하고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우리 정부에게 이런 상황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은 미중 사이에서 일단 원칙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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