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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여파…텅 빈 병원 주차장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여파로 경기도 한 병원 지하주차장이 텅 비었다. 이 병원 직원은 "입원했던 환자들도 퇴원하고 있어 평소 만차였던 주차장이 텅 비었다"고 설명했다. |
손님없는 식당·은행·병원…메르스 지역경제에 직격탄(종합)
경기도 다중이용시설 '한산', 수학여행 잇단 취소 제주 '초비상'
(서울·수원·제주=연합뉴스) 최찬흥 송광호 고성식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확산하면서 지역경제 피해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환자 발생이 많은 경기 지역은 병원, 약국, 식당, 백화점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일부 은행은 손님이 끊겼다.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 취소가 잇따르면서 제주도 관광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가적 비상방역 대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손실도 더 커질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며칠간 가장 썰렁해진 곳은 경기도의 대형병원들이다. 3일 오후 평소 붐비던 한 병원의 원무과 접수창구는 한산했고 응급실마저도 오가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이 병원은 하루 2천명 가량의 외래환자가 찾지만 전날에는 10분의 1인 200명가량만 내원했고 오늘은 사정이 더 심하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인근의 다른 대형병원도 외래환자가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 하루 180명가량을 진료하는 한 내과의원은 환자 수가 6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 내과의원 직원은 "우리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와 사망자 일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들이 메르스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환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웬만한 통증은 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병원 외래환자가 끊기고 약국의 판매 약품도 줄어 제약회사 직원들이 병원을 다니며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라고 했다.
병원·약국 외에 식당 매출도 크게 줄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지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외식을 삼가고 회사나 단체는 회식을 줄이며 대다수 식당의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 걱정"이라고 했다.
유동인구가 줄며 이날 전철역 이용객은 20%가량 감소했고 주변 백화점 손님도 절반으로 줄었다.
전철역 관계자는 "수년 동안 이용객이 이렇게 준 적은 없었다"며 "시민들 사이에 메르스 공포가 상당히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중이 모여드는 은행도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특히최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남부 지역 은행들은 고객 감소가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
마스크 착용 근무를 의무화하고 비상대책회의마저 가동하고 있는 이 지역 은행들은 메르스 환자가 늘어난 지난 1일 이후 손님이 30∼40% 줄었다는게 한 시중은행 팀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다른 영업점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오늘 오전 인근 5∼6개 지점을 돌아봤는데 사정이 비슷했다"며 "오늘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하는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
경기 남부권에 있는 두 개 병원의 은행 출장소도 고객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급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지역 은행 창구는 아직 큰 동요는 없지만, 3차 감염자들이 나오고 격리자들이 늘어나면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메르스 대책회의를 열어 마스크 수요 조사를 지시했다"면서 "은행창구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특성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불똥이 튄 곳은 제주도다. 전국의 100여개 각급 학교가 6∼7월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등 단체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실제 서울 초등학교 학생 36명이 제주행 항공편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게다가 전국적으로 209개교가 휴업 또는 휴교하면서 제주에서 진행하기로 한 교육수련 등의 학교 단체 행사까지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계는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역할을 하는 컨벤션산업에도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제주컨벤션뷰로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기존 예약을 취소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단체 관광을 취소한 일이 있어 제주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나 않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걱정했다.
중국인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체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도관광협회는 이날 제주 여행을 예약했던 중국인 관광객 100여명이 관광일정을 돌연 취소해 정확한 여행 취소 인원과 사유를 파악하는 등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중화권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는 전담여행사의 한 관계자도 "일부 기업과 현지 관광업계에서 국내 메르스 확산 여부에 대해 문의해오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메르스 확산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한국 관광을 예약했던 대만 단체 관광객 1천200여명이 예약을 취소해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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