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문화("돈키호테, '괴짜' 아닌 명예와 정의의 수호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2 21: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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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문화("돈키호테, '괴짜' 아닌 명예와 정의의 수호자")



"돈키호테, '괴짜' 아닌 명예와 정의의 수호자"

박철 전 한국외대 총장, 돈키호테 1·2권 완역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박철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이 스페인 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 소설 '돈키호테'의 2부(시공사) 완역본을 출간했다.

돈키호테는 52장이 있는 1부와 74장이 엮인 2부로 구성된 대작이다. 세르반테스는 1부를 1605년에, 2부는 1615년에 펴냈다.

박 교수는 2004년 1부를 완역한 데 이어 10여 년 만에 2부를 완역했다. 1부에 이어 곧바로 2부를 완성하는 게 목표였지만 200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8년 동안 한국외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그 사이 2005년 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가 돈키호테 1·2부를 완역했고 지난해에는 안영옥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전권을 번역했다. 박 교수는 총장에서 물러난 직후 2부 번역을 재개해 "점 하나, 어휘 하나 빠짐없이 그대로" 한국어로 옮겼다.

박 교수는 스페인 왕립한림원이 펴낸 돈키호테 출간 400주년 기념판본을 번역 대본으로 쓰고 다른 판본도 참고해 가며 번역의 완성도를 높였다. 책에는 세르반테스의 상상력을 구현한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 85점과 18세기 한림원 초판본 그림도 담겨 원작의 느낌을 살렸다.

박 교수는 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돈키호테가 그저 이상한, 괴팍하고 정신이 나간 기사로 잘못 인식됐다"며 "사실 돈키호테는 자기의 올바른 꿈과 소망을 불굴의 의지로 이뤄내는 인간상"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돈키호테는 그 어떤 도전이나 시련에도 타협하지 않고 끝내 뜻하는 바를 이뤄내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 등 성공한 기업가의 정신에 비유하고 스페인에서는 그의 사상을 '국민정신'으로 부른다"며 "출간 400주년에는 국내에도 비로소 올바른 돈키호테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15년에 최남선 선생이 문예지 '청춘'을 통해 돈키호테를 처음 국내에 소개한 지 100년 만에 완역을 마친 데 의의를 둔다"며 "당시 소개된 글은 일본어판을 짧게 요약한 것이어서 우리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 1편과 2편을 10년 간격을 두고 출간했다. 1편에서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으로 보고, 양떼를 군대로 착각해 막무가내로 싸우는 풍자적인 모습이지만, 2편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는 '정상인'으로 성장한다.

박 교수는 "돈키호테는 2편에서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싸우고 기사로서 정의를 지키고자 싸우는 현실로 돌아온다"며 "1편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 저변에 냉소적인 의미를 전달한다면 2편에서는 철학적이고 교훈적인 돈키호테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돈키호테 1편을 보지 못했더라도 2편을 읽고 배울 점이 많다고 추천했다. 특히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의 예술성뿐만 아니라 세르반테스가 갖고 있던 폭넓은 지식, 삶에 대한 지혜도 현대인이 깊이 새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돈키호테는 1권을 읽어야 2권을 읽을 수 있다거나 모든 장을 이어서 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며 "독자들이 부담을 내려놓고 띄엄띄엄 골라 읽으며 진정한 돈키호테를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0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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