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연출한 미국 '텍사스 카우보이 소떼몰이' 장관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일주일 넘게 폭우가 쏟아져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 주에서 서부 개척 시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카우보이들이 강물의 범람으로 생존 위기에 몰린 약 200마리의 소를 몰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것이다.
1일(현지시간) 지역 신문 휴스턴 크로니클에 따르면, 텍사스 주 동남부 대도시인 휴스턴의 외곽 리버티 카운티에 있는 리버티 벨 목장의 목초지는 인근 트리니티 강의 범람으로 상당 부분 침수됐다.
어림잡아 시가 100만 달러(약 11억1천250만 원)에 달하는 소를 대피시키고자 목장주인 팻 헨시는 소를 몰고 갈 카우보이 150명을 급히 불러 모았다.
아울러 수상 보트를 마련하고 경찰과 자원봉사자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소 떼의 대피 작전은 5월 31일 오전 8시 시작됐다. 소들은 카우보이를 따라 침수 지역을 일사불란하게 통과했다.
물이 약간 깊은 지역에 다다르자 카우보이들은 어린 송아지를 보트에 실어 마른 땅으로 날랐다.
이 광경을 찍기 위한 헬리콥터가 등장하자 물을 건너던 소들은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잠시 동요하기도 했다. 그러자 카우보이 6명이 보트로 임시 울타리를 만들고 밧줄로 소들을 그 안에 몰아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물에 빠진 몇 마리 소를 잃기도 했으나 침수 지역을 건너 드디어 땅에 올라온 카우보이와 소떼는 90번 도로와 146번 도로를 타고 차량 행렬을 뒤에 둔 채 목적지인 데이튼까지 약 11㎞를 행진했다.
요즘 들어 소떼가 도로를 점거하고 카우보이의 인솔 하에 이동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한 많은 주민은 이 신기한 광경을 스마트폰에 담았다고 휴스턴 크로니클은 소개했다.
데이튼 중심가에 이르자 수 백명의 시민이 늘어서 무사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소떼를 환영했다.
리버티 카운티 경찰국의 켄 디푸르 경사는 "카우보이가 소떼를 모는 광경을 매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영화에서는 보겠지만, 실제로 또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일생일대의 경험을 즐거워했다.
소떼 대피 작전은 8시간 반만인 오후 4시 30분에 끝났다. 한 조차장에서 당분간 머물 소떼는 목장 목초지의 물이 빠지면 트레일러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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