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이란, 오송 투자 의지 확고" 여전히 '미련'
이란, 오송 투자 뭘 보고 믿나…'양치기 소년' 된 충북도
법인 설립 자금 입금 안 되고 이란 대표 방한도 무산
충북도 "이란, 오송 투자 의지 확고" 여전히 '미련'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이란 투바 전통의학기업의 충북 오송 대규모 투자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이란 측은 10년간 20억 달러(약 2조2천180억)를 청주 오송에 투자하겠다며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필요한 200만 달러를 지난달 말까지 입금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미국이 핵 협상 대상인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지 않으면서 이란 측 투자금을 받을 금융계좌 개설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란 측은 SPC 설립 이후 오는 10월 1일까지 900만 달러를 투입, 오송 신약개발지원센터에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경제 제재 해제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당초 이달 3일로 예정됐던 호세인 아야티 투바전통의학기업 대표의 충북 방문도 무기한 연기됐다.
경제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굳이 충북을 방문해도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충북도는 여전히 이란의 오송 투자를 확신하고 있다.
김용국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구역청) 본부장은 1일 충북도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송 투자에 대한 이란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애초 이란 측과 'SPC 설립 자금을 5월 말까지 입금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를 체결한 것은 미국의 경제 제재가 곧 풀릴 것이라고 예상한 이란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 측의 투자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투바 전통의학기업은 SPC 설립을 위한 권한을 지난달 5일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연구소 이봉희 소장에게 위임한 상황이다.
충북 경자구역청이 SPC 설립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지난달 22일과 28일 한 차례씩 열었지만 이란 측을 대신해 이 소장이 참석했을 뿐이다.
경자구역청은 양해각서 체결 때 도청을 방문했던 마모우드 코다두스투 이란 복지부 차관이나 호세인 대표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의 SPC 설립 자금이 입금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22일 경자구역청에서 열린 제1차 실무협의회 때다.
이 소장이 전하기 전까지 이란 측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는 충북 경자구역청은 자금 입금 불능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경자구역청의 한 관계자는 "이란 측과 전화·이메일 접촉을 하면서도 자금 입금이 어렵게 됐다는 말을 통보받은 적은 없다"며 "경제 제재 해제나 이란의 오송 투자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시기까지 못박아 투자금이 입금될 것이라고 떠벌리고, 뒤늦게 입금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충북도는 신뢰를 잃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란 대표가 방한, 투자 의지를 확인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가 이 역시 무위로 돌아가면서 이제는 이란 투자와 관련해 어떤 말을 내놔도 충북도의 말을 믿을 수 없게끔 됐다.
투자 유치 실적 내세우기에 급급해하고 순간의 실수를 모면하기 위해 둘러대다가 오히려 상황을 더욱 나쁘게 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 셈이다.
충북 경자구역청 관계자가 "투자 지연은 경제 제재 탓이지 이란 측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투자가 가시화될 때를 대비해 SPC 설립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한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대 이란 경제 제재 타령만 하며 마냥 기다리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양치기 소년'이 됐으니 어떤 말로도 믿음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로 입증할 수 있을 때까지 이제는 '그 입'을 다물어야 한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