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마이클 리 "2년 전과 다른 모습 보일 것"
올 연말 미국 무대 복귀…'엘리전스' 출연 결정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2013년에 이어 2년만에 이달 12일 다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저스)에는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42)가 지저스역으로 또 활약한다.
이 뮤지컬이 언론과 관객으로부터 동시에 호평을 받았던 2013년에도 지저스역으로 무대에 올라 '명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은 마이클 리는 이번에도 뮤지컬배우 박은태와 함게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이클 리는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번 무대에서 2년 전과는 또 다른 지저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그는 그 이유로 "배우는 삶이 극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 2년간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고 있어 지저스 역할도 다르게 표현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년간 국내에서 새로운 경험을 거듭하며 한단계 성숙했다는 의미다.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리던 그는 2006년 '미스 사이공' 월드 투어를 계기로 방한했으며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년 남짓한 시간이지만 그는 '지저스'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 '벽을 뚫는 남자', '서편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국내 뮤지컬계에서 중추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활동 초반에는 미국식 발음이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사 전달력이 오히려 국내 배우들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는 "한국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있으니 저절로 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한국어가 능통하지 않다는 점이 배우로서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잘 듣는 것인데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더 신경써서 잘 듣게 됐다"며 "그게 오히려 배우로선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간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영감도 많이 얻었다"며 특히 동료 배우들의 열정에 감탄을 표했다.
마이클 리는 "제 경험으로 한국 배우들은 그 어느 나라 배우보다 잘하고 열심히 한다. 몇몇은 정말 휼륭하다고 생각한다. 딱히 조언해줄 게 없을 정도다. 더군다나 세계 (뮤지컬) 비즈니스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영어만 잘한다면 확실히 세계 시장에서도 우뚝 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인연이 깊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미교포 출신인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의학 과정을 밟던 중 방향을 틀어 뮤지컬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전문 뮤지컬 배우로 첫 발걸음을 내디딘 작품은 '미스 사이공'이다. 그는 이 뮤지컬의 오디션을 볼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음속의 천국'(Heaven On Their Minds)을 불렀다.
그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며 지저스, 유다, 빌라도, 시몬 등의 역할을 바꿔가며 이 작품에만 총 420여회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지겨울 법도 하지만 그는 다시 '지저스' 출연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로큰롤과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 종교에 관한 이야기도 관심이 많은데 '지저스'는 이런 요소를 모두 갖춰 언제든지 기회만 닿으면 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마치 처음 출연하는 배우처럼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토리를 각기 다른 버전으로 도전하는 자체가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올해는 '지저스'를 마지막으로 올가을에는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더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무대로 관객들이 '지저스'를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지저스의 역할을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과연 신이라는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 또 반대로 신이 인간이 된다면 어떨까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마이클 리는 2013년에 이어 이번에 다시 이번 작품을 맡은 이지나 연출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표명했다.
이번까지 이지나 연출의 작품에만 벌써 네번째 출연하는 그는 "세계 곳곳에서 여러 감독들과 작업해봤지만 이지나 연출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며 "연출 방식이 굉장히 세밀하면서도 명확해 배우로서 그런 지도를 받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 배우를 넘어 연출이나 제작, 극본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활동 반경을 넓히고 싶다는 그는 이 때문에 이지나 연출이 다른 배우들과 어떻게 작업하는지도 관심 있게 본다고 말했다.
"아직은 젊고 여전히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아 배우를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창작가로서의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 20년간 배우로서 일해보니 특히 좋은 연출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알게 됐거든요."
그가 2년간 매진했던 국내 무대를 뒤로하고 미국에서 맡게 된 작품은 '엘리전스'(Allegiance)다.
2009년 리딩공연(정식공연 전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낭독 공연)부터 2012년 트라이아웃(본격 공연에 앞서 인근 도시에서 개최하는 실험무대)까지 직접 참여한 그는 '앨리전스' 출연이 결정된 상태다.
2차대전 직후 미국 내의 혐일 감정으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에 대한 핍박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일본인 대학원생이자 재미 일본인들을 대변해 권리를 주장하는 조지 타케이 역을 맡는다.
그는 "나 자신도 미국에서 자랐지만 미국인들이 날 보면서 외국인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어 어떤 의미에선 이해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연이 올 연말 시작함에 따라 그는 '지저스'가 끝나는대로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이제 내 '홈'"이라며 "당분간만 떠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연기간은 12일부터 9월 13일까지. 샤롯데씨어터. 티켓가격 5만~14만원. 문의 ☎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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