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②일자리 안늘고 임금만 삭감될 것<민주노총>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01 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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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정년 보장도 '그림의 떡'…노동시간 단축이 대안"
△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 노동계 관계자들이 '노동시장 구조개악' 중단을 요구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②일자리 안늘고 임금만 삭감될 것<민주노총>

"60세 정년 보장도 '그림의 떡'…노동시간 단축이 대안"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노동계는 정년 60세 연장과 연계된 임금피크제가 정년 보장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긍정적 효과보다는 임금만 삭감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입장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1일 "실제로는 60세 정년이 지켜지기 힘든 현실에서 임금피크제는 임금만 깎는 수단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주장하는 청년고용 창출 효과도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는 박 대변인의 입장이다.



◇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임금피크제 도입의 최대 근거는 60세 정년 보장이다. 이 근거가 충족되지 않으면 당연히 임금피크제 도입 사유도 성립되지 않는다.

현실을 보자. 올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7년 3개월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 한 직장에서 60세까지 일하게 해준다는 약속은 허황하게 들린다. "과연 이 직장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은 모든 직장인의 최대 고민이다. 과연 이 불안을 정년 60세 제도가 해소해 줄 수 있는가.

지금도 기업들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정년제를 시행한다지만, 다 알다시피 유명무실하다. 노동자는 희망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수시로 쫓겨난다. 내년에 비록 정년 60세가 실시되더라도 일상이 된 해고를 없앨 근거는 못된다. 법이나 제도가 곧 현실은 아니다. 법정 최저임금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최소 200만 명에 달하지 않는가. 이는 정부도 인정한 현실이다.

이처럼 정년 보장은 그림의 떡이거나 극히 일부에만 적용될 뿐이다. 결국, 임금피크제는 정년 보장 없이 임금만 깎는 수단으로 강제될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준법 논리로 보더라도 도입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정부는 늘 법은 법이니 지키라고 말해왔다. 따라서 법 실시를 조건으로 기업에 임금 삭감을 보상해주고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정년 60세는 조건 없이 보장해야 할 노동자의 법적 권리일 뿐이다. 심지어 해외에선 아예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당하게 본다는 점도 심사숙고할 문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청년고용 증대라며 여론의 힘을 빌려 관철하려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최근 갖다 붙인 명분이다. 작년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은 기업 부담 줄이기라며 달리 설명했다.

내년에 60세 정년을 실시하는 대신 임금을 깎도록 해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하자고 정부가 서두른 이유도 내년 60세 정년 실시를 앞두고 올해 각 사업장 노사협상에서 임금피크제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주려는 의도였다.

반면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선전 프레임일 뿐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자료만 보더라도 총고용 규모가 큰 100∼299인 사업장에는 임금피크제 도입(37.2%)과 미도입(37.5%) 기업 간 청년 신규채용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나타났다. 다만, 300인 이상 기업에선 7.8% 정도 고용이 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도 임금피크제 효과인지 달리 채용 여력이 있어서인지 불분명하다. 게다가 과거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신입사원 초임을 깎으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임금만 빼먹고 말았다.

백보 양보해 정부 주장처럼 임금피크제로 일자리가 생긴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대상인 50∼59세 노동자 규모는 371만명 정도고, 그중 임금피크제로 인력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그나마 있다고 볼 대기업 노동자 비중은 많이 봐야 7%(25만9천여명)다. 고작 25만9천여명의 임금삭감분으로 10%가 넘는 최대 청년실업과 8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할 순 없다. 결국 정부 논리를 따르더라도 임금피크제는 고령노동자 전체의 임금만 깎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임금피크제 논란의 핵심 문제는 사용자는 더 이윤을 챙기지만 노동자는 임금 삭감이란 희생만 감수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해고 방법으로 60세 정년을 피하며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임금피크제는 오래 숙달된 노동력을 더 싼값으로 사용하는 이점도 있다. 도대체 세대를 막론하고 노동자가 얻을 것은 없고, 기업들은 이래저래 꽃놀이패를 쥐게 된다.

더욱이 임금피크제의 주요 대상인 40대 후반이나 50세 이상 연령대의 노동자는 자녀 뒷바라지 등 어느 때보다 생활비 지출이 많을 연령대다. 노후복지도 취약한 마당에 고령노동자의 임금을 하락시킬 제도까지 도입한다면 세계 1위인 노인빈곤율만 더 높이게 된다.

청년고용을 늘릴 가장 바람직한 수단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지난 4월 13일 노동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2014년 고용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장시간노동 개선정책이 1위에 뽑혔다. 주당 노동시간 총량을 52시간으로 규제하면 6∼7년간 14만∼15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나타났다.

끝으로 임금피크제 논란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그 도입을 위해 정부는 취업규칙 변경을 노조 동의 없이 하겠다는데, 이렇게 되면 임금피크제가 문제가 아니다. 사회통념을 핑계로 사용자는 모든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노조도 무력화시킬 길이 열리게 된다. 그러니 정부와 사용자는 이를 그토록 원하고 노동자는 결단코 막아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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