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카가메 대통령 3선 연임 위해 개헌 추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장기집권을 기도하다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중동부 소국 르완다가 폴 카가메 현 대통령의 3선 연임을 위한 개헌추진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도나틸라 무카발리사 르완다 국회의장은 카가메 대통령이 2017년 선거에서 연속 3번째 임기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한 개헌 여부를 의회가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27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보도했다.
무카발리사 의장은 두 달 동안 열릴 심의는 인구의 약 17%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서명한 헌법소원이 의회에 접수됨에 따라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발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부 지도자들이 장기집권을 시도하다 쿠데타로 쫓겨나거나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198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27년간 장기집권해 온 블레즈 콩파오레 전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은 다시 개헌을 통해 정권연장을 시도하다 민중 봉기에 이은 군부 쿠데타로 지난해 10월 31일 권좌에서 물러나 해외로 망명했다.
중부 아프리카 부룬디의 다수부족인 후투족 반군지도자 출신으로 2005년 의원들에 의해 대통령으로 뽑힌 뒤 2010년 재선에 성공한 피에르 은쿠룬지자 대통령도 위헌 비판을 무릅쓰고 3선 연임에 도전하면서 유혈 반정부시위와 불발 쿠데타를 유발, 극심한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무카발리사 의장은 "우리는 200만 국민의 요청을 받았으며 이것은 개인과 단체 또는 협회로부터 온 자발적인 문서와 청원"이라며 이들 국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소수 투치족 반군대장 출신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 1994년 4월 다수 후투족이 투치족과 온건 후투족 80여 만명을 상대로 저지른 '르완다 대학살'을 종결짓고 르완다를 통치해오다 2003년 대선을 치르고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 뒤 2010년 재선에 성공했다.
르완다는 유례없는 종족 간 대학살 후유증을 국민적 용서와 화해로 극복하고 2000년대 들어 영유아 사망률을 70% 가까이 줄이는가 하면 최근 5~6년 연속 8%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룩해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로 불리면서 카가메는 르완다 발전의 영웅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사실상 20년 넘게 장기집권해오면서 반대자들을 억압하고 지나친 사회적 통제를 가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이번 3선 개헌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르완다 인권운동가 르네 무겐지는 "헌법소원은 르완다가 국민이 요구한 헌법 개정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 카가메가 다른 아프리카 독재자와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집권당이 디자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정부가 사회 각계 인사들에게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르완다 사람들은 억지로 사인을 하든지 아니면 실직하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는 위협에 직면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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