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자 함석헌과 간디…그 같고도 다른 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28 16: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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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교수 두 사람 분석 시도

평화주의자 함석헌과 간디…그 같고도 다른 길

박홍규 교수 두 사람 분석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한국과 인도를 대표하는 평화주의자 함석헌(1901~1989)과 간디(1869~1948). 살았던 시대와 공간을 달랐지만 인류 평화를 염원하고 그 실천에 온몸으로 앞장섰다는 점에서는 서로 닮았다.

법학자이자 인문학자인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20세기를 상징하는 두 인물의 삶과 사상을 돌아본 '함석헌과 간디'를 출간했다. 두 사람의 삶과 사상을 맞비교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분석한 최초의 책. 박 교수는 그 같고도 달랐던 발자취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이들은 자유와 자치, 자연의 가르침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빼닮았다. 인간과 사회, 자연을 함께 생각했던 것. 에콜로지, 아나키즘, 세계시민주의, 비폭력주의, 생활의 절제, 평화주의, 민중민주주의, 직접행동주의, 공동체주의 등이 일치했다. 제국주의에 국권을 침탈당한 식민지에서 산 지성인이라는 점에서 현실여건이 비슷했다.

하지만 두 인물은 생각과 행동에서 닮은 점만큼이나 다른 점도 많았다고 박 교수는 분석한다. 둘 다 민중을 말했지만 민중의 시각에서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간디와 달리 함석헌은 이를 거부했다.

서양 기독교 사관에 입각한 함석헌이 동서양을 철저히 구분한 오리엔탈리스트였으며 한국 등 동양 역사에 열등감을 가졌다. 반면, 간디는 오리엔탈리즘에 반대해 동서의 구분이 문제가 아니라 현대 서양의 물질문명이 문제라고 봤다.

자국 역사관에서도 둘은 간극이 컸다. 간디가 인도문명에 대한 자부심으로 민중의 자존심을 고취하며 독립을 추구한 데 비해 함석헌은 만주 중심의 역사관과 신의 뜻을 주장하는 '섭리사관'을 견지했다는 것.

박 교수는 두 인물의 사상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시대 흐름 등을 감안할 때 따르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는 얘기. 간디가 병원을 무척 싫어했다는 점, 카스트제도를 인정한 점, 비폭력주의를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 폭력행위를 묵인한 점,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꾼 행동 등이 그렇다.

함석헌도 마찬가지다. 우리 역사 자체를 신의 섭리에 의한 고난이라고 본 것, 그 고난을 벗어나기 위해선 만주 땅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 것, 오리엔탈리즘과 반공주의, 엘리트주의와 성경주의, 이스라엘과 문명주의 등도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박 교수는 "그럼에도 우리가 간디와 함석헌을 '인간의 모범'으로 여기는 이유는 두 사람의 자율성 철학과 비폭력주의, 그리고 평화를 향한 부단한 행보에 있다"면서 "이들은 소박한 자율의 삶이야말로 인류가 나아갈 삶의 방향이라는 믿음을 줬다"고 평가한다.

들녘. 31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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