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OO빌'은 2곳"…지역전문가 된 경찰 자살시도자 구해
경찰청, '우리동네 바로알기' 경진대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올해 5월 21일 오전 5시22분께 서울 수서경찰서 도곡지구대는 129자살예방센터로부터 자살의심 신고를 받았다.
센터 직원은 "젊은 여자가 ○○빌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하려 한다"고 전했다.
오전 5시24분께 순찰차 5대가 출동해 해당 지역을 20여분간 수색했으나 자살기도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직원은 신고자에 다시 전화해 정확한 위치를 물었고 '○○빌 27층 옥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얘기를 들은 도곡지구대 이현경 순경은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관할 지역 내 '○○빌'이라는 건물이 2곳이 있는데, 27층짜리 건물은 다른 곳이라는 사실이.
이 순경은 27층 ○○빌 건물 옥상으로 다시 출동, 난간을 붙잡고 우는 여성을 발견해 1시간여 얘기를 나눈 끝에 구조할 수 있었다.
4월 15일 오후 10시께에는 제주 동부경찰서 중앙지구대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왔다.
신고자는 어눌하면서도 다급한 목소리로 "산지, 산지, 빠져"라고 외쳤다.
암호와 같은 신고 내용을 해독한 이는 중앙지구대 송우석 순경이었다. 평소 '우리동네 바로알기'를 통해 관내 지역을 잘 아는 송 순경은 '산지천'이란 공사현장을 기억해냈다.
송 순경은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 119구조대원과 함께 깊이 1.5m 웅덩이에 빠져 신음 중인 정모(70) 씨를 구했다.
정씨는 뇌경색 환자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산지, 산지, 빠져'라고 신고했던 것이다.
경찰청은 최근 '우리동네 바로알기' 경진대회를 열어 우수자 10명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우리동네 바로알기는 지구대·파출소의 경찰관이 담당 지역을 발로 뛰면서 치안 현황을 파악하고, 순찰 중 주민과의 대화로 주민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치안활동을 말한다.
우수자로 선정된 서울 구로경찰서 고척지구대 김남훈 순경은 "임용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동네 바로알기가 임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됐다"며 "텅 비어 있던 머릿속이 지금은 관내 치안정보로 꽉 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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