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치권 환율조작 공론화, 책임 떠넘기기"
로치 예일대 교수 비판…"미국의 만성 경상적자는 낮은 저축률 때문"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 같은 나라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고 제재를 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내부 문제로 발생한 일의 책임을 외국으로 떠넘기는 일"이라고 스티븐 로치 미 예일대 교수가 비판했다.
로치 교수는 27일(현지시간) 기고문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미국 의회에서 환율을 문제삼는 일이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무능력과 무관심"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상원이 최근 대통령에게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TPA 부여 법안에 환율조작국 제재 조항을 삽입하자는 수정안이 부결됐지만, 찬반 투표수의 차이는 불과 3표였다.
상원을 통과한 TPA 부여 법안은 하원에서도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원에서 좌절된 환율조작국 제재 조항이 하원에서의 협의 과정에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로치 교수는 기고문에서 "지난 세기의 마지막 30년간 미국의 저축률은 국민소득 대비 평균 6.3%였지만 현재는 2.5%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성장하려면 외국의 잉여 저축 자본을 꾸준히 들여와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에 미국은 95개 국가에 대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이는 특정한 나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아시아담당 회장으로 일했던 로치 교수는 "미국 정치권이 저축률 제고라는 근본적 처방 대신 환율조작 문제를 제기하는 일종의 땜질 처방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1930년대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대공황의 골만 더 깊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로치 교수는 이어 정치권에서 환율조작 문제를 다루는 일은 적정 환율 수준을 시장이 아닌 정치인들이 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중 약 47%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탓에 미국에서 제기되는 환율조작국 제재 관련 논의가 주로 중국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한국 또한 환율조작국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외환시장) 개입을 상당히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목한 것은 물론, 재무부가 "이 사안에 대한 관여를 강화했다"며 환율 문제로 한국을 압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어 지난 5월 미국 상원은 환율조작 국가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등이 포함된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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