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베토벤의 1808년 '마라톤 음악회' 재현 나서는 지휘자 MTT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샌프란시스코 심포니(SFS)를 지휘하는 음악감독 마이클 틸슨 토머스. 'MTT'라는 이니셜로 흔히 불리는 토머스와 SFS는 다음달 2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베토벤 마라톤' 음악회를 연다. 이 음악회의 프로그램은 베토벤이 교향곡 제5·6번과 피아노 협주곡 제4번, 합창 환상곡 등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꺼번에 초연했던 1808년 12월 22일의 역사적 음악회와 동일하다. 2015.5.27 <<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제공 >> solatido@yna.co.kr |
베토벤의 1808년 '마라톤 음악회', 지구 반대편 샌프란서 재현
걸작들 무더기 초연된 역사적 행사…연주 시간 4시간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베토벤이 교향곡 제5·6번과 피아노 협주곡 제4번, 합창 환상곡 등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꺼번에 초연했던 역사적 음악회가 다음달에 지구 반대편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재현된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808년 12월 22일 저녁, 빈의 음악애호가들은 베토벤의 최신작을 듣기 위해 공연장인 '테아터 안 데어 빈'으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객석에 앉아 추위에 덜덜 떨면서 4시간이 넘도록 음악을 들었다.
보통 음악회의 2∼3배 길이인 '마라톤 음악회'였던데다가, 익숙하지 않은 신작을 계속해서 들은 관객들의 피로는 극심했다.
작곡가 겸 음악평론가 요한 프리드리히 라이하르트(1752∼1814)는 당시 음악회에 대해 "정말 심한 추위 속에 (저녁)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앉아 있었고, 그래서 좋은 것조차도 과도할 수 있다는 진리를 경험으로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 때 연주된 곡은 ▲교향곡 제6번 F장조 '전원' 작품 68 ▲제5번 c단조 작품 67 ▲소프라노 아리아 'Ah, perfido!' 작품 65 ▲미사 C장조 작품 86 중 키리에·글로리아·상투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작품 58 ▲베토벤의 피아노 즉흥연주 ▲피아노·오케스트라·합창을 위한 환상곡 c단조 작품 80이었다.
이 중 교향곡 제5번과 제6번은 초연 당시 프로그램에는 '전원 교향곡'이 '제5번', 'c단조 대 교향곡'이 '제6번'으로 표시되어 있었으나, 나중에 출판 과정에서 번호가 지금의 것으로 뒤바뀌었다.
당시 음악회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원래 출연할 예정이었던 소프라노 독창자는 그의 약혼자가 베토벤과 말다툼을 벌인 것을 계기로 막판에 출연을 거부했고, 대타로 나온 신인 소프라노는 경험이 부족한데다가 무대 공포증까지 도져 노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금 사람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 빈에는 교향악단 전용 콘서트 홀이나 상설 교향악단이 없었다.
음악회는 연극과 오페라를 하는 극장이나 음식점에서 열렸으며, 오케스트라는 음악회 며칠 전 여기 저기서 음악가들을 모아서 급조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다.
이 음악회 역시 악단과 합창단이 제대로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이 탓에 마지막 곡인 '합창 환상곡'에서는 연주가 도중에 마구 뒤엉켜 엉망이 되어 버렸고, 참다 못한 베토벤은 화를 버럭 내고 연주를 중단시킨 후 처음부터 다시 지휘했다.
하지만, 최고의 걸작들이 무더기로 초연된 전무후무한 행사였기 때문에 이 음악회는 클래식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길이 남았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SFS) 음악감독은 SFS와 SFS 합창단과 함께 6월 20일 저녁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이 연주회를 재현할 예정이다.
물론 207년 전 음악회에서 벌어진 실수나 소동까지 재현하는 것은 아니고, 당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철저한 연습과 준비를 거쳐 똑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1808년의 프로그램 중 '베토벤의 즉흥연주' 자리에는 그 해 작곡된 '피아노 환상곡 g단조 작품 77'이 들어간다. 당시 즉흥연주의 내용을 100% 확실히 알 길은 없지만, 이를 베토벤이 정리해 출판한 것이 바로 이 환상곡이라는 학설이 우세하다.
독창자로는 소프라노 카리타 마틸라 등이 출연하며, 피아노는 조너선 비스가 맡는다.
이 공연은 SFS의 본거지인 2천743석 규모의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열리는데, 작년 7월에 표가 일반에 판매되기 시작되자마자 장애인석까지 포함해 모든 좌석이 금세 매진됐다.
'MTT'라는 이니셜로 흔히 불리는 마이클 틸슨 토머스는 젊은 시절부터 여러 곳에서 베토벤 음악축제를 기획하면서 이 1808년 프로그램을 자주 무대에 올렸다.
그와 SFS는 1989년 캘리포니아 베토벤 축제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 등에서 이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연주한 경험이 있다.
MTT는 또 1988년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객원지휘할 때 이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렸고,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은 뉴 월드 심포니와도 1998년과 2011년 등에 이를 연주했다.
MTT 외의 지휘자가 이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린 사례로는 1986년 휴 울프와 미국 뉴저지 심포니 오케스트라, 2001년 귄터 헤르비히와 영국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 2007년 루이 랑그레와 미국 뉴욕의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이 있었고, 이달 2일 디에고 마투에스가 지휘하는 호주의 로열 멜버른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이를 연주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