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료생협으로 병원 열어 요양급여 84억 챙겨
이미 사망한 사람도 조합원으로 등재하며 조합 정족수 채워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주민이 참여해 지역 사회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취지로 설립한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이용해 사익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허위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세우고 병원을 열어 요양급여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협박 등)로 당시 병원 대표이사 조모(60)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4월 허위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서울 강서구에 요양병원을 열어 2013년 말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 명목으로 84억 3천800만원을 신청해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조합 설립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장애인협회회장 오모(53·불구속 입건)씨는 평소 자신이 관리하던 장애인 명단을 이용해 정족수를 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생존 여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해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 조합원으로 등재된 촌극도 벌어졌다.
이들이 이렇게 불법으로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의료법상 의료생활협동조합에만 의사가 아님에도 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허위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세워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받은 이들은 요양병원을 2년 반가량 운영하다 '경영이 어렵다'며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1억 6천만원어치 음식재료를 납품한 신모(57)씨가 대금을 달라고 요구하자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의료법을 위반해 허위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병원이 있다'는 첩보를 받은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관련 자료를 분석해 이런 혐의를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으로 설립한 요양병원으로 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받아야 할 혜택을 가로채고 복지재정을 갉아먹어 전 국민의 피해로 직결된 사례"라며 "앞으로 관계 기관과 공조해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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