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면세점' 대기업, 너도나도 "동반성장"(종합)
롯데·현대百, 中企 합작…현대산업·신라 '재벌로만 짝짓기'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다음 달로 예정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유치전을 앞두고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들이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상대와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회적 화두인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 유통업체가 중견·중소기업과 손을 잡고 면세점에 함께 도전하는 형태가 '대세'지만,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경우 독특하게 재벌가 대기업끼리만 짝을 지어 눈길을 끌고 있다.
◇ '재벌끼리' 지적에 현대산업·신라 "지역 경제와 상생"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기준은 ▲ 관리역량(250점) ▲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정성 등 경영능력(300점) ▲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경영·재무 등 면세점 자체 역량뿐 아니라 해당 면세점이 경제·사회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상생협력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배점이 만점(1천점)의 3분의 1(300점)에 이르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면세점 도전을 공식 선언한 유통 대기업들은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아예 중소·중견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세워 서울시내 면세점에 도전했다. 합작법인 '㈜현대DF'에 참여하는 중소·중견기업은 ㈜모두투어네트워크, 국내 최다 17개 호텔을 거느린 앰배서더호텔그룹 계열 ㈜서한사, 인천지역 공항·항만·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엔타스듀티프리, 개성공단과 크루즈선 면세점을 보유한 현대아산㈜, 패션·잡화업체 ㈜에스제이듀코(듀퐁 브랜드 운영)와 ㈜제이앤지코리아(JEEP 브랜드 운영) 등이다.
롯데면세점도 중소 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함께 '동대문 피트인'에 11층짜리 복합 면세타운을 세울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5개층(8,387㎡), 중원면세점은 2개층(3,762㎡)에서 각각 면세점을 운영하며, 판매 품목도 겹치지 않도록 주로 롯데면세점은 패션·시계·액세서리 등, 중원면세점은 술·담배·잡화 등을 취급할 예정이다.
중소기업과의 합작법인은 아니지만, 서울 면세점에 도전장을 낸 신세계디에프도 이른바 '중소기업 명품 인규베이팅' 전략을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명품 인큐베이팅 센터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우수 상품뿐 아니라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작품도 면세점을 통해 글로벌 명품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가 함께 준비하는 면세점의 경우, 독특하게 대기업-대기업, 재벌-재벌 합작 형태라 '동반성장'이나 '상생' 취지와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재벌가문이 사이좋게 반씩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가 재무건전성 등에서 유리할지 모르지만,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이란 측면에선 오히려 약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HDC신라면세점의 지분은 현대산업개발(계열사 현대아이파크몰 포함)과 호텔신라가 똑같이 50%를 나눠갖고, 대표 역시 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운영총괄 부사장이 함께 맡는다.
이번 합작을 주도한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남이고,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다. 따라서 사실상 삼성가와 범(汎) 현대가가 서울 면세점 특허권을 따기 위해 손을 잡은 셈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는 '지역 상생'을 통해 경제·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면세점이 들어설 용산 아이파크몰과 'KTX호남선', 'ITX청춘'으로 연결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약을 체결해 면세점 방문객들의 지방 관광을 유도하고 면세점 매장 안에 지역특산품 전용관도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모델로 용산 전자상가와 함께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케팅·홍보 활동을 펼쳐 용산이 IT·전자 관광의 중심지로 부활하는데도 기여할 계획이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용산은 각종 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미군 기지 이전도 예정돼 있어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지역"이라며 "면세점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면 전자상가 일대는 또 하나의 관광 클러스터로 거듭나고, 이를 통해 상생과 화합을 실천하는 면세점이 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대산업·신라, 역량·입지 한계로 합작 불가피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두 재벌 대기업 50%씩 합작'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독자적으로 서울시내 면세점에 도전하기에는 한계와 약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유통업이 주력 사업부문이 아닌데다 면세점 운영 경험조차 없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수도권 소재 4개 대형(면적기준) 복합쇼핑몰(쇼핑+문화체험)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를 보면, 현대산업의 용산 아이파크몰은 5점 만점에 평균 3.51점을 받아 '꼴찌'를 기록했다.
점포구성 및 직원서비스(3.53), 이용 편리성(3.61), 서비스 체험(3.40) 등 3개 세부 항목에서도 모두 아이파크몰은 점수가 가장 낮았다.
이처럼 현대산업개발의 유통업 운영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호텔신라의 면세점 경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호텔 신라의 경우 면세점 경험은 풍부하지만 면세점을 새로 확장하거나 차릴 장소가 마땅치 않다. 기존 서울 장충동 면세점을 넓히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용산 아이파크몰 이외 대안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신라는 지난해말 기준 국내 면세점 시장의 약 30%(매출기준)를 차지하고 있는만큼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롯데와 마찬가지로 '독과점'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논란을 희석하는 측면에서도 단독 진출보다는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대부분 기업의 성장이 정체된만큼 해마다 두 자릿수씩 성장하는 면세점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대기업과 대기업이 합작 형태로 서로의 약점을 가리고 면세시장의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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