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지진 한 달…'아직 끝나지 않은 비극'
피해지서 추모 행사…홍수 위험에 1만5천명 대피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네팔 카트만두의 다라하라 타워. 25일(현지시간) 오전 11시 56분이 되자 스피커를 통해 네팔 국가가 울려 퍼지고 56초간 묵념이 이어졌다.
꼭 한 달 전인 4월 25일, 7.8의 강진이 네팔 전역을 강타한 바로 그 시간이었다.
지진으로 파괴돼 밑동만 남은 다라하라 타워 주위에는 이날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지진 한 달을 기렸다.
네팔 국기를 들고 타워 주위를 돌던 니나 슈레스타(23)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트만두에 오면 가장 먼저 이곳을 찾곤 했다"며 "다라하라의 붕괴는 네팔에 가해진 엄청난 손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전 대지진과 지난 12일 이어진 강력한 여진으로 지금까지 네팔에서는 모두 8천654명이 사망하고, 2만2천 명이 다쳤으며, 50만 채의 가옥이 완전히 무너졌다.
전체적으로 네팔 인구의 30%가 지진의 피해를 당했을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다.
또 유니세프는 지진으로 170만 명의 어린이가 긴급한 인도적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며, 5세 이하 어린이 7만 명이 영양실조 위기라고 밝혔다.
토무 호즈미 유니세프 네팔 대표는 "지진 이전에도 네팔 어린이 10명 중 1명이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였고 10명 중 4명이 영양 부족으로 성장이 지체됐는데 지진으로 상태가 악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대지진은 가난한 나라 네팔의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줬다.
네팔 정부는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비용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00억 달러(10조9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진으로 히말라야 등반과 트레킹 코스도 손상되면서 주된 수입원인 관광업도 휘청거리고 있어 손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 이후 20개국 이상이 구호에 동참했지만, 복구는 여전히 요원하다.
유엔은 "목표한 지진 구호 모금액 4억1천500만 달러(4천526억원)의 5분의 1 정도밖에 아직 모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임시거처를 마련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집 밖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수십만 명에 달한다.
한 달째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텐징 셰르파(12)는 교도통신에 "우리 집은 좀 갈라지긴 했어도 살 수는 있는 상태지만 무서워서 실내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곧 몬순(우기)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면 산사태와 홍수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더딘 복구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23일 밤 카트만두 북서쪽 람체 마을에서는 산사태로 칼리간다키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홍수 위험에 1만5천 명 이상의 인근 주민이 대피하기도 했다.
다행히 강이 정상 수위를 되찾으면서 대피한 주민들이 속속 집으로 돌아갔지만 언제 또 산사태와 홍수의 위험이 닥칠지 몰라 불안한 상태다.
기상학자 라젠드라 슈레스타는 교도통신에 "특히 7,8월 우기에 이러한 산사태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진으로 지질에 균열이 생겨 산사태에 취약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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