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서 '2015 국제여성평화회의' 개최
위민크로스DMZ "여성 'DMZ걷기'는 통일 가능성의 상징"
위안부 할머니에 노벨 평화상 안겨주자는 제안도
서울시청서 '2015 국제여성평화회의' 개최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북한을 방문하고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넘는 'DMZ 도보행진'을 벌인 위민크로스DMZ(WCD) 참가자들은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여성이 평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출신의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WCD 공동명예위원장은 2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5 국제여성평화회의'의 기조발제를 맡아 "비무장지대를 통한 여성의 평화 걷기는 남북한 통일 가능성의 상징"이라며 "뿐만 아니라 성(性)·종교·계층 간 평화의 가능성도 상징한다"고 말했다.
스타이넘 위원장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가 한국전쟁에 징집될 상황에 부닥치자, 과거 전쟁의 참혹함을 겪었던 그 친구의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의 고통은 교전국의 국민이었던 여러분의 고통과 비교조차 할 수 없겠지만 어떤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단은 세계 모든 곳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아일랜드와 라이베리아에서 여성이 종교·지역 간 폭력을 멈추는 데 기여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여성은 남성보다 서로 더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이 평화를 위한 노력에 이바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함께 기조발제를 맡은 이김현숙 여성평화외교포럼 상임대표는 이번 평화 걷기의 여세를 살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 활동가들에 노벨 평화상을 안겨주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분쟁의 피해자라는 자리에서 나와 인권·평화운동가로 거듭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2015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국제여성걷기 선언문'을 통해 △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 △ 이산가족 재결합 돕기 △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 2차 대전 당시 '성노예'였던 '위안부' 여성에 대한 정의(正義) 바로 세우기 등을 '평화걷기'의 목표로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슬픔이 강이 되고 고통이 바다가 된 이 땅에 여러분이 어머니의 위대한 발걸음으로 평화의 초석을 만들어줬다"고 WCD 참석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서울시도 그간 경평축구 부활이나 남북 오케스트라 협연 등을 제안했지만 아직 남북관계는 단절 그 자체"라면서 "여러분의 걸음이 단절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끊어진 허리를 잇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가 열린 서울시청 앞에서는 엄마부대봉사단과 탈북엄마회 등 보수단체 소속 회원 20여명이 "WCD는 북한 내 인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등 평화주의자를 가장한 가짜"라고 주장하며 규탄 집회를 열었다.
어버이연합 등 다른 보수단체들도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WCD 참가자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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