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외교, 거대한 뒤틀림" vs "상황위기, 우리 위기 아냐"(종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22 16:55:49
  • -
  • +
  • 인쇄
전직수장 송민순·유명환·김성환, '외교방향' 머리맞대
△ 제주포럼에서 토론하는 전직 외교부 장관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22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제주포럼 전직 외교장관 초청간담회에 참석한 송민순, 유명환, 김성환(이상 왼쪽부터) 전 외교장관이 '한국 외교의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韓외교, 거대한 뒤틀림" vs "상황위기, 우리 위기 아냐"(종합)

전직수장 송민순·유명환·김성환, '외교방향' 머리맞대



(서귀포=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최근 신밀월 시대를 개막한 미일과 중국 간의 갈등 심화로 동북아 정세가 꿈틀하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나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대화가 22일 제주에서 열렸다.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제주포럼에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전직 외교수장들이 '한국외교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세션에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외교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과 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첫 외교장관과 마지막 외교장관을 지낸 유명환 대양학원 이사장, 김성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가 토론자로 나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사회자로 토론을 이끌었다.



◇미중 갈등, 우리 외교 나갈 길…"미중사이 선택은 악몽" = 최근의 외교안보지형에 대해 송민순 전 장관은 "한국의 외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중층적 부담을 갖고 있다"면서 "기존 상황을 유지하면서 발전시키는 외교 과제가 있고, 현상을 변경시켜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두 개의 책무 중 현상을 유지발전 하는 것만 하다 보니 한반도라는 작은 남북의 톱니바퀴가 있는 주변에 큰 톱니바퀴가 움직이고 있는데, 작은 톱니바퀴가 움직이지 않다 보니 거대한 뒤틀림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큰 톱니바퀴와 움직임을 맞추도록 작은 톱니바퀴를 바꾸는 구조적 사고의 전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중국의 부상과 이에 대응한 미국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 사이에서 우리의 스탠스에 대해 "대결 상황이 아니라, 중국이 같이 어울리는 지역안보 질서를 만드는 것이 한국 외교가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유명환 전 장관은 "라이징 파워(부상하는 세력)인 중국과 일본, 미국의 세력균형을 볼 때 상호 경쟁하면서도 의존하는 '상호의존성'이 커졌다"면서 "미들 파워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우리가 희생물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상황이 위기이지 우리가 위기는 아니다"면서 "우리가 역할을 잘 활용해서 외교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전 장관은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악몽"이라며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미중 간 '선택' 문제로 여겨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해 그는 "미국이 자기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 영내에 배치하는 것은 우리가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며 "중국이 문제가 된다면 미중 전략대화에서 얘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일관계 해법…"역사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면 안돼…정부가 여론 리드해야" = 유 전 장관은 한일관계에 대해 "여론을 따라가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으며 정부가 여론을 리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역사 속에 묶여서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일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한미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에서 한국이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일 간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지 아닌지가 문제가 된 것이 너무나 근시안적"이라며 "이 문제가 논의되는 것 자체가 우리 자신의 문제를 서울에 갇힌 시각에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과거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사실상 양국간 합의인데 일본이 상황이 바뀌었다고 무시하는 상황"이라며 "양자적으로 오가는 정상회담은 과거 합의한 걸 일본이 준수했을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자적 세팅(다자 외교일정)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며 여기서 (일본측에) 분명한 입장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케리 미 국무장관이 최근 방한에서 한일이 '자제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자제심 표현의 대상은 한국이고, 미 국무장관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면서 "미국한테도 분명히 짚을 건 짚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도 "일본이 역사 수정주의를 하고 미국이 수동적이나마 수용하는 상황에서 한미일의 틀(setting) 속에 들어가면 거기서 한국 위치는 굉장히 좁아진다"고 우려했다.

김 전 장관도 "우리가 한일간 정상회담을 바로 갖는 건 앞으로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오히려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자적 세팅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동북아에서의 다자협력 문제와 관련, "남북관계를 우리가 스스로 진전시킬 때에만 효용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동북아 다자 체제를 위해서도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진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