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외교관 라운드테이블'…주한 미·독 대사도 패널로
韓 "과거사 日대응 볼것" vs 日 "쟁점때문에 협력않으면 안돼"
조태열 외교차관·주한 일본대사, 한일 과거사 갈등 '대립각'
제주포럼 '외교관 라운드테이블'…주한 미·독 대사도 패널로
(서귀포=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가 주한 일본대사가 22일 과거사 문제와 미래 한일관계를 놓고 뼈있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날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개최된 제주포럼의 '주한 외교관 라운드테이블'에서 외교부 조태열 제2차관과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가 패널로 대좌했다.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세션에는 나경원 국외 외교통일위원장이 사회를 본 가운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도 패널로 참가했다.
조 차관은 "과거사를 두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과거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한일 과거사 문제를 거론했다.
조 차관은 "457명의 국제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넘어가자'는 메시지의 공동성명을 냈고, 일본 역사학자들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굉장히 예외적인 움직임이고, 학자들의 양심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다. 과거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거울이라고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차관은 또 "일본 정부가 어떤 식으로 최근 몇 주, 몇 달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관심 있게 보도록 하겠다"고 '강펀치'를 날렸다.
조 차관은 경제적 상호 의존이 확대되면서도 정치 갈등은 지속하는 '아시아 패러독스'를 언급하며 "평화와 안정이 더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국가 간 신뢰를 굳히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벳쇼 대사는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더 나은 이해에 도달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면서 "진짜 필요한 협력을 어려운 쟁점 때문에 그만둬서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또 "어떻게 신뢰를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누구한테 가서 '나 너 못 믿겠어, 그렇지만 믿어야 해, 어떻게 할래' 이렇게 질문하면 신뢰가 안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벳쇼 대사는 "최근 방한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중요한 말씀을 했다. '전후 유럽이 공동관심사를 위해 같이 협업을 했다. 공동이해를 위해 같이 일하고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신뢰를 쌓아나간다'고 했다. 이게 매우 현명한 말이고, 저는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벳쇼 대사의 이런 언급은 나치의 만행에 대해 진솔하게 무릎을 꿇은 독일과 지금까지도 과거사에 대해 도발을 일삼는 일본의 확연히 다른 행보를 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벳쇼 대사는 "(한미일) 3국 관계에서 한일간 안보·국방 협력은 우리 친구들이 기대하는 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양국의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청중에서는 일본이 세계평화와 번영을 정말로 원한다면 일본이 평화헌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벳쇼 대사는 "빠르게 전개되는 동아시아 상황으로 볼 때 안정성은 아주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는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하는 일이며, 미국이란 좋은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저희도 그걸 하려고 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미일 방위협력 강화 논의와 관련해서는 "역내 안보를 위해서도 이롭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우려를 불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미국 의회 연설에서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줬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예로 들며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서의 일본이 걸어온 길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역대 총리 담화의 핵심 표현인 '식민지배와 침략'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국내에서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미중관계와 한반도 통일, 한미관계 등에 대한 논의도 폭넓게 이뤄졌다. 당초 주최 측이 밝힌 패널 목록에는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도 포함돼 있었으나 티모닌 대사는 토론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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