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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
무가베 '구쿠라훈디 학살' 지시 새 문서 공개
국방장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무가베"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아프리카 최장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1) 짐바브웨 대통령이 1980년대 발생한 '구쿠라훈디 학살사건' 계획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83년 1월부터 시작된 구쿠라훈디 학살사건은 당시 무가베 총리가 2대 부족인 은데벨레족의 거주지이자 자신과 정적 관계에 있던 조슈아 은코모 전 부통령의 지지 기반인 마타벨레랜드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펴 약 2만 명의 주민을 학살한 사건이다.
무가베 수하의 '제5여단(Fifth Brigade)'에 의해 저질러진 이 사건은 1980년 짐바브웨 독립 후 가장 어두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으나 지금까지 아무도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무가베 대통령이 이 사건에 관해 얘기한 것은 애매하거나 부인하는 말 외는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 그가 공식적인 책임을 인정한 것은 1999년 은코모의 사망 이후로, 그 때 그는 1980년대 초반을 '광기의 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남아공 토크쇼 진행자 달리 탐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구쿠라훈디학살이 은코모가 이끄는 짐바브웨·아프리카 인민동맹(ZAPU)과 몇몇 부하, 북한 교관, 제5여단 병사들에 의해 조직화된 무장단체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었다.
그러나 최근 나온 역사적 문서들이 책임 있는 사람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방대한 보고서는 짐바브웨 정부가 채용한 스파이에 의해 모아진 외교 서한과 첩보, 가공되지 않은 정보 등을 포함한다.
서방 대사들이 무가베의 옛 동료인 정부 장관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1983년 3월까지의 잔학행위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흘러 나온 것이다.
국방장관 시드니 세케라마이를 포함한 일부는 이 사건의 배후로 즉각 무가베를 지목했다.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ZAPU 장관 중 1명인 세파스 음시파와의 대화에서 세케라마이는 "진행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무가베였을 뿐만 아니라 제5여단도 무가베의 명시적 명령 아래 움직였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음시파는 후에 이 대화를 호주 고등판무관에게 전달했으며 고등판무관은 이를 호주 정부에 다시 보고했다.
음시파의 증언은 그가 무가베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음시파는 무가베가 1960년 백인정권에 투쟁하는 것에 합류하기 위해 가나에서 귀국했을 때 흔쾌히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여 2년여 동안 같은 방을 사용했던 사이다.
세케라마이는 직접적인 외교적 토론에서는 더 신중했지만 학살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영국 국방 무관에게 "군이 강경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하고 이후 영국 고등판무관에게 "잔학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기록은 또한 음시파가 짐바브웨 현 집권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다른 인사들에게도 그 학살이 지도자에 의한 공식적이고,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결정의 결과였음을 얘기했다고 보여줬다.
ZANU-PF의 정책 결정 그룹 20명 중 한 사람인 에디슨 즈보브고는 은데벨레족이 학살돼야 한다는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전했다.
기록들에 따르면 당시 학살을 지휘했고 아직도 정부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인사들이 열성적인 학살 공범자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즈보브고는 "마타벨레랜드 문제와 관련, 제5여단 사령관이었던 페렌스 쉬리가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우리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쉬리는 현재 짐바브웨 공군참모총장이다.
무가베는 지난 1982~1987년 '구쿠라훈디'로 명명된 반대파 숙청 과정에서 제5여단을 동원, 소수부족인 은데벨레족 2만 명 가량을 학살했으며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5여단 훈련을 요청, 북한 교관들이 이들을 훈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구쿠라훈디는 '우기 전에 내리는 때 이른 비'라는 뜻의 짐바브웨 말로, 이 사건 이후 '양민학살'을 뜻하는 말로 변질됐다.
1970년대 소수 백인정권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쳐 독립을 일궈낸 투사 출신의 무가베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35년째 계속 집권해 온 아프리카 최고령·최장수 집권자다.
오는 2018년 차기 대통령 선거의 집권당 후보로 다시 지명돼 주위를 놀라게 한 무가베는 최근 "죽기 전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며 강한 권력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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