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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만에 만난 쌍둥이 자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소셜 미디어를 통해 26년 만에 만난 쌍둥이 자매 다큐 '트윈스터'의 실제 주인공이자 제작자인 아나이스 보르디에(왼쪽)와 사만다 푸터먼이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5.21 ksujin@yna.co.kr |
버려진 상처 보듬어준 '또 다른 나'의 기적(종합)
26년만에 만난 입양 쌍둥이 자매 책 '어나더 미'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한혜원 기자 = "우리는 그냥 입양됐고, 한국 내의 누구로부터도 더는 관심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죠. 그러나 샘과 함께 우리가 잊히지 않았다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진정 사랑받고 환영받고 있다는 걸."(아나이스 보르디에)
"자랄 때는 한국에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러나 한국을 여행하고 나서부터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강인하고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인지 깨닫게 됐죠. 전 한국인의 자존심을 물려받았어요. 한국인의 피가 내 속에 흐른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아나이스를 만나고 난 뒤 더욱 그렇게 됐죠."(사만다 푸터먼)
쌍둥이 자매는 한국에서 민주화의 열기가 뜨겁던 1987년 겨울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 이듬해 '아나이스 보르디에'란 이름을 얻은 아기는 프랑스 파리로, '사만다 푸터먼'은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그렇게 26년이 흐르고서 자매의 운명의 끈을 다시 이어준 건 인터넷이었다. 어느 날 아나이스가 유튜브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만다의 동영상을 봤고, 떨리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했다.
2013년 사실상 첫 만남을 한 자매의 이야기는 페이스북이 선정한 2013년의 10대 이야기가 됐다. 최근 자매가 쓴 책 '어나더 미: 우리는 왜 기적이어야 했을까'(책담)가 국내 출간됐고 이들이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스'가 국내 영화제 출품을 앞두고 있다.
SBS가 주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SDF) 참석차 두 번째 동반 방한한 이들을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났다.
놀라운 기적을 경험한 자매의 삶은 내적, 외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아나이스와 사만다는 "어찌 변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문(愚問)이었다.
"가족이 늘어나고 소통하는 공간도 넓어졌죠. 잠잘 때, 샤워할 때를 빼고는 거의 항상 대화하고 있어요. 페이스북, 이메일, 문자메시지, 스카이프. 매체도 다양합니다."
홀로 자란 아나이스에겐 사만다와 세 오빠가 생겼다. 사만다에게도 누이가 생겼다. 각자에게 부모도 둘이 됐다. 막상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신비로운 충격일 것이다.
"사랑이란 게 넘쳐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죠. 가족에 경계도 없어졌어요. DNA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게 다가왔고,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건 명백하죠. 그러나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진정으로 사랑하고 받아들인다면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사만다는 입양아와 입양 부모를 돕는 재단을 설립해 6개월째 운영하고 있다.그는 재단을 통해 가족 재회에 필요한 유전자 검사 비용과 여행 경비를 지원하고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블로그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26년의 기다림 끝에 혈육을 찾는 기적을 이룬 두 사람이지만 다른 입양아에게 섣불리 큰 희망을 주지는 않았다. 친부모를 찾는 입양아에게 조언해달라는 요구에 자매는 "너무 상황을 비극적으로 몰아서는 안 되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동안 친구들을 만나 쇼핑하고, 한국 음식도 마음껏 먹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입양되기 전까지 자신들을 돌봐준 수양어머니를 찾아갈 생각이다.
자매는 한국인의 애정과 관심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꼭 전하고픈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든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늘 당신 자신이어야 하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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