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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이더' 실제 주인공 로웰 버그만 교수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탐사보도 전문가인 로웰 버그만 UC 버클리 대학 특훈석좌교수가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5.20 ksujin@yna.co.kr |
<인터뷰> '탐사보도의 전설' 버그먼 버클리대학원 교수
"특종 하려면 협업하라" "보도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이제 (언론사 간) 경쟁은 협업으로 바뀌었다. 특종을 하려면 협업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도할 사안이 한 언론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SDF) 2015' 참석차 한국을 찾은 로월 버그먼(69) 교수는 20일 행사장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버그먼 교수는 '탐사보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언론인이다. 흡연의 위험성을 알고서도 이를 은폐한 담배 산업계를 취재한 이야기는 아카데미상 후보작으로 지목되기도 한 '인사이더'란 영화로 만들어졌다. 배우 알 파치노가 버그먼을 연기했다.
퓰리처상과 여러 차례의 에미상 수상 경력이 있고 그 밖에도 많은 상을 받았다.
지금도 UC버클리 저널리즘대학원의 석좌교수이자 PBS 다큐멘터리 시리즈 '프런트라인'의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50여 년에 걸쳐 탐사보도를 해왔다. ABC뉴스의 프로듀서이자 기자로, CBS 뉴스의 '60분'의 프로듀서로도 일했다.
그는 특히 언론사 간 협업을 통한 탐사보도의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도 대학원과 미국 내 스페인어 채널인 유니비전, 공중파 방송사, 라디오 등 5개 매체와 함께 여성 청소부에 대한 성폭력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버그먼 교수는 "내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전통적 미디어는 뉴스룸에 앉아서 같이 일하지만 내가 취재하는 걸 상대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과 경쟁하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모든 게 바뀌었다. 이제는 신문사와 방송사가 협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문제를 제기한 에드워드 스노든이나 폭로전문 웹사이트 창립자인 줄리안 어산지의 폭로 활동을 예로 들었다.
버그먼 교수는 "이런 사안은 슈피겔, 르 몽드,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 전에는 절대 협업하지 않던 언론사들이 협업해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경쟁이 협업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탐사보도에 뛰어든 계기는 대학 시절 기사를 통해 변화를 가져온 일이었다.
그는 당시 독일 철학자 헤르베르트 마르쿠제가 강의하는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동료들과 함께 샌디에고를 실질적으로 누가 운영하고 있는지에 관한 기사를 썼다.
부동산 대장을 뒤지고 은행 계좌를 추적하는 작업 등을 거쳐 누가 가장 강력한 권력자인지에 대한 기사를 쓴 것이다.
버그먼 교수는 "나는 결국 2년 뒤 그 마을을 떠나야 했지만 그때 우리가 조명했던 사람들은 모두 감옥에 갔다"며 "그때 나는, (탐사보도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쩌면 나는 결국 이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그먼 교수는 '탐사보도가 사람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일을 최종 재판소라고도 부른다"는 말로 답했다.
사람들은 더는 갈 곳이 없을 때,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언론인이 그걸 취재해주기를 원하고 그때 언론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버그먼 교수는 1980년대에 동료들과 함께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최초의 보도 가운데 하나를 했다. 그러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9·11 테러가 터진 뒤 이 다큐멘터리는 가장 많이 본 다큐 중 하나가 됐다. 오사마 빈 라덴이 누구인지, 왜 미국을 혐오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겼기 때문이다.
또 환경 관련 규제나 근로자의 안전에 관한 법률을 무시한 채 사업을 하는 미국 회사에 관해서도 보도했다. 수천명의 근로자가 다치고 9명이 죽었는데 보도 후 이 회사는 125개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고 사업 방식을 바꿨다.
캘리포니아에서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들의 차를 압수하는 경찰에 관해서도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일하는 이민자들이었다. 경찰들은 그렇게 압수한 차를 경매에 부쳐 돈을 벌었다. 보도는 캘리포니아의 주법을 바꿨다.
버그먼 교수는 "때로는 보도를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떨 땐 보도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는 편안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실을 찾아내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안하고,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 억압받는 사람들, 빈곤 속에 놓은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버그먼 교수는 정의했다.
버그먼 교수는 "하지만 주의도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화를 낼 수도 있다. 한국이라면 그것은 대통령이나 삼성 또는 현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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