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성금 '2천억원' 흥청망청 쓴 미 자선단체
미 연방거래위·50개 주, 자선단체 4곳 제소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우리 돈 2천 억원이 넘는 암 환자 돕기 성금을 흥청망청 쓴 미국의 자선기금 모금 단체 4곳이 법의 심판을 받는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워싱턴D.C., 50개 주의 법무장관은 미국암기금, 암지원서비스, 미국아동암기금, 유방암협회 등 4개 암 기금 모금 단체를 사기 혐의로 18일 애리조나 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자선금 사기와 관련해 FTC와 50개 주 정부가 공동 소송을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개 단체의 직원은 텔레마케팅, 우편 등을 통해 미국 시민에게서 거둬들인 암 환자 돕기 성금을 체육관 등록비, 콘서트 티켓 구매, 디즈니월드 방문, 대학 학비, 짝짓기 데이트 웹사이트 구독 등 순전히 개인 비용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이렇게 쓰인 돈이 무려 1억8천700만 달러(약 2천37억 원)나 된다. 그 사이 암 환자에게 돌아간 돈은 이 액수의 3%도 못 된다.
FTC와 50개 주 법무장관들은 소장에서 4개 단체는 암환자 수송, 항암화학요법, 아동 진통제 구매 등을 위해 성금이 사용된다고 했지만, 실상은 완전히 거짓말이었다면서 "기부 덕분에 4개 단체 직원만 부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4개 단체는 제임스 레이놀즈 시니어와 그의 아들, 친구, 교회 친구들이 운영하는 족벌 친교 집단에 가깝다.
특히 미국암기금은 지난 2013년 플로리다 주 지역 신문인 탬파베이 타임스의 탐사 보도에서 미국 내 두 번째로 악명 높은 자선 재단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탬파베이 타임스는 자선단체의 10년간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자선단체가 기부금을 전문 모금인과 회사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했다면서 '아메리카 암펀드'는 9천800만 달러를 거둬 8천40만 달러를 모금인에게 되돌려주고 불우이웃에게 고작 전체 모금액의 0.9%만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에서 소송을 당하자 미국아동암기금과 유방암협회는 FTC와 함께 곧바로 조정 협상에 착수하고 단체 해산도 약속했다.
설립자 레이놀즈의 아들인 레이놀즈 주니어는 자선기금 감독, 자선 재단 운용, 기금 모금 등 세 가지 행위에 대한 전면 금지 조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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