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신문, 대통령 협박에 "언론자유 수호 두렵지않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터키 주요 일간지 휴리예트가 19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협박에 반박하며 언론자유 수호 의지를 밝힌 공개서한을 1면에 실었다.
휴리예트는 이 서한에서 지난 16일 이집트가 모하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에 사형을 선고한 기사의 제목을 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왜곡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휴리예트는 당시 온라인판에서 '세계가 충격받아! 52% 득표한 대통령에 사형 선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기사가 올라온 지 2시간 뒤 이스탄불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집트 정부를 비판하면서 "이집트는 불행히도 득표율 52%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휴리예트의 기사 제목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튿날 다른 행사에서는 "터키에서, 도안미디어그룹은 이 기사를 어떻게 보도했나? '52%에 사형선고'라고 했다"며 전날 연설과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도안미디어그룹 소속 일간지인 휴리예트의 제목이 자신도 무르시처럼 될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뜻으로 비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1년 동안 총리를 지내다 지난해 8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51.9%를 득표해 당선됐으며 무르시는 이집트 첫 자유경선으로 치러진 201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가 1년 만에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수니파 이슬람 성향인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같은 수니파인 무르시와 그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과 긴밀한 관계를 보여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지난 17일 휴리예트의 제목을 비난하면서 "오, 도안미디어그룹, 이걸 알아야 한다, 너희는 두려움 속에서 삶을 보낸다는 걸"이라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휴리예트는 이 발언을 언급하면서 "왜 우리가 두려워하며 살아야 하느냐, 왜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국민에게 두려움에서 살라는 말을 하느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어 "두려움과 민주주의라는 두 개념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냐"고 지적했다.
휴리예트는 "우리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 비판할 자유 등을 수호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이라면, 우리는 이런 자유를 수호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을 것임을 당신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달 발표한 '2015 언론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는 평가 대상 199개국 가운데 142위로 언론자유가 없는 국가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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