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 방지하려면 소재보다 표현 심의해야"
김수아 교수, 방통심의위 주최 '저품격 드라마 개선 방향' 토론회서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속칭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저품격 드라마의 양산을 방지하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드라마의 소재 자체보다는 소재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중심으로 심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는 1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저품격 드라마 이대로 좋은가? 저품격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토론회는 방통심의위와 한국방송비평학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김 교수는 막장 드라마에 대해 "방송국은 진지하게 시청률 지상주의를 추구한 결과와 편성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며 "(막장 드라마가 가진) 작가의 힘은 결국 방송국이 편성을 내주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품격 드라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첫째가 만듦새(짜임새)이고 둘째가 소재"라며 "(방통심의위는) 특히 소재 자체보다 이를 그려내는 방식의 문제, 그리고 그려냄의 결과가 갖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드라마가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재현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놓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토론회에서 오명환 숭의여대 자문교수는 막장 드라마의 퇴출을 위해 "방송사의 자율적 정화 노력을 통해 고품격 드라마를 지향하고, 평가·분석·소통이 부재한 드라마계의 3무(無) 현상을 없애기 위한 드라마 비평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교수는 또 ▲ 드라마 강령을 제정해 시청률 수치에만 함몰된 일방 정책을 개선하고 ▲ 80년대 수신료 거부 운동, 90년대 'TV 없는 날' 같은 소비자 감시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며 ▲ 방송통신위원회가 드라마를 공적으로 평가하는 장치를 개발할 것 등도 제시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드라마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시청률에 파묻혀 막장 드라마를 양산해내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방송 드라마의 저품격화에 대한 논란과 시청자들의 비판을 방송사와 제작자들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자율적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정희 방통심의위 연예오락특별위원회 위원은 "국민에게 바람직한 좋은 드라마, 올바른 드라마 수치를 개발해 기존의 시청률 평가와 병행해 평가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기획돼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