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신수원 감독 "영화 만들기란 중독되는 일"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
(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수원(48) 감독은 중학교 역사 교사였다. 워낙 쓰고 만드는 걸 좋아해 전지에 역사를 만화로 그려 가르쳤고 5프레임짜리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여줬다. 해보니 재미가 있었다.
30대 중반, 글을 더 쓰고 싶어 교단을 떠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들어간 것도 영화를 찍기보다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다른 학생들과 영화를 찍을 때 '레디, 액션!' 하는 법도 몰랐지만, 찍다 보니 영화가 재미가 커졌다. 그렇게 찍은 영화를 대형 강의실에서 첫 시사를 할 때 기분은 '약이라도 한 것' 같았다.
1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칸 해변의 한국관에서 만난 신 감독은 늦깎이 감독이 되기까지 과정을 들려주면서 "영화 만드는 일이란 게 중독되는 것 같다"며 "영화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작품을 만들고 나면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을 다음 작품으로 채워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니 혹평도 도움이 된다"며 "경제적 여유는 줄었지만 교사를 그만둔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교단 대신 영화판을 택함으로써 그의 주머니는 얇아졌을 수 있지만, 국내 영화계에는 좀 더 살이 올랐다.
현실의 무게와 공포를 담아내는 그의 영화들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해 걸출한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그는 단편 '가족시네마-순환선'으로 201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협회가 주관하는 중단편 경쟁 부문의 카날플뤼스상을, 장편 '명왕성'으로 2013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신 감독은 "출품해 놓고 발표가 나기 전에 마음을 비웠기에 연락을 받았을 때 행복했다"며 "설레는 마음이 있지만, 관객이 불편하게 느끼는 장면이 있을까 걱정도 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초청작인 '마돈나'는 VIP병동의 간호조무사 혜림(서영희)이 병원 소유주 아들인 상우(김영민)의 지시로 임신 중인 뇌사 상태의 여성 미나(권소현)를 만나고 미나의 아이를 지켜주려 아이 아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시간을 거슬러 여자의 과거를 추적하는 이 영화에는 미스터리 요소가 담겨 있다. 신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즐겨보던 '명화극장' 영화들 중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작품이 많았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신 감독은 "연대기가 아니라 미스터리 요소를 갖고 출발하는 걸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며 "사람들이 '장르 영화'라기보다는 '장르에서 조금 엇나간 영화' 정도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신 감독은 시나리오를 직접 쓴다. 그는 각본과 연출 중에 무엇이 더 어려운지에 대한 물음에도 "글 쓰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요한 건 시나리오"라며 "내가 그 감정이나 개연성에서 확신이 가고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현장에서 배우도 설득할 수 있기에 확신이 올 때까지 고쳐 쓴다"라고 설명했다.
대본을 쓰다가 막히면 아예 몇 달 동안을 내버려둘 때도 있었다.
'마돈나' 역시 각본 작업이 막히는 순간이 있었고 그때 마침 TV다큐멘터리 '엄마의 꿈' 연출 제안이 들어왔다. 이때 미혼모의 삶과 선택을 접한 경험이 '마돈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게 도왔다.
신 감독은 "그렇게 '마돈나'와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마돈나'는 결국 하나의 여자 이야기라고 했다. 여자가 아직 사회에서 약자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회 현실에 의해 조종당하고 시험당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다.
그는 "여자의 일생은 타인의 이해에 의해 파괴될 수 있다"며 "여자는 아직은 '사회의 루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여자가 스스로 구원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명왕성'과 '마돈나'의 순제작비는 보통 상업영화의 10분의 1 수준인 4억원이었다.
그는 "스태프들에게 줄 걸 제대로 줄 수 있게 20억원 이상의 상업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매번 한다"며 "이번에는 4억 규모로 투자심사를 통과했으니 지금은 이렇게 만들어보자 했다"고 설명했다.
차기작으로는 대본을 써둔 '블루 선셋'이 있지만,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한 멜로라 호주 로케이션이 필요해 20억원 이상의 규모가 될 것 같다"며 "멜로를 진짜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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