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 딜레마'에 갇힌 이라크…라마디·바이지서 패퇴 수모
수니파 우세지역서 IS 건재 과시…미군 지원 불구 이라크군 열세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초 바그다드 북쪽 전략적 요충지 티크리트를 탈환하는 기쁨을 맛본 이라크군이 서부 안바르 주의 주도(州都) 라마디와 최대 정유도시 바이지에서 잇따라 패퇴하는 수모를 당했다.
라마디는 이라크내 IS의 근거지인 안바르 주를 수복하는 교두보라는 점에서, 바이지는 IS가 장악한 이라크 제2도시 모술로 통하는 요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IS 격퇴작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비록 IS가 미군의 공습과 이라크군의 전열 정비로 일부 위축되긴 했지만 이들은티크리트 패배 뒤 보인 라마디·바이지 대공세로 끈질기고 만만치 않은 전투력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들 두 지역의 패배를 복기해보면 그 내부엔 이라크 정부의 태생적인 '종파 딜레마'가 발견된다.
현재 이라크 정부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수니파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고 세워진 시아파 정권이다.
후세인의 장기 독재 시절 박해받았던 인사로 구성된 이 정부는 이라크 권부에 깊숙이 박힌 후세인의 잔당 세력, 즉 수니파를 청산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가장 먼저 권력의 핵심부인 군대를 해산해 수니파를 숙청하면서 이라크를 '시아파 국가'로 재건했다. 이 과정에서 수니파의 소외감과 상실감이 누적했고 이는 알카에다와 같은 반정부·반미 수니파 무장세력을 키우는 배양토가 됐다.
미 컬럼비아대 국제공공문제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이라크는 국민 63%가 시아파지만 수니파도 32%로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시아파 정부의 불만이 가장 높았던 지역이 바로 수니파 거주지역인 안바르주이고, 그 중심이 라마디였다.
살라후딘주의 바이지 역시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의 인접지역으로 수니파가 우세한 지역이다.
이런 종파적 특성 탓에 이라크 정부는 이곳에서 IS 격퇴작전의 다른 한 축인 시아파 민병대를 배제했다.
3월 한 달간 이어진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서 이들이 수니파 주민을 학대·사살했다는 비판이 높았고 이란군이 사실상 지휘하면서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이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시아파 민병대는 정규군이 아니어서 '민병대'로 불리지만 오랜 기간 종교적으로 결속돼 정규군보다 조직력과 작전 수행능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군의 공습지원에도 시아파 민병대가 빠진 이라크군 자체의 지상군 전력으론 IS에 대적할 수 없다는 점이 최근 잇따른 패퇴에서 드러나게 됐다.
그러면서도 이라크정부는 종파적 경계심에 라마디와 바이지의 반(反)IS 성향의 수니파 부족에 무기와 물자 공급을 꺼린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IS에 저항하다 집단학살 당한 안바르주의 알부-님느르 부족 대표는 "IS와 전투가 시작된 1월부터 다양한 통로로 정부와 군에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무도 듣지 않았다"며 "IS는 박격포, 기관총, 저격수용 화기로 무장했지만 우리는 기관총 서른 자루를 지원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번 IS의 라마디 총공세에서도 수니파 부족은 이라크 정부에 무기 지원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라크 정부는 라마디와 바이지 탈환을 위해 3대 시아파 민병대 바드르여단, 카타에브 헤즈볼라,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를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종파간 유혈충돌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이라크 정부는 그러나 이미 2007년 수니파 집중 거주지역인 안바르주에서 수니파 내부의 도움없이는 이곳을 통제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시 미군과 이라크 정부는 온건 수니파 부족을 규합해 구성한 '안바르주 각성'이라는 조직에 돈과 무기를 지원, 반정부 강경 수니파와 갈등을 유발해 안바르주를 안정시켰다.
하물며 2007년과 달리 미군의 대규모 지상병력 증파가 없는 현재 이라크 정부로선 종파간 충돌을 무릅 쓴 시아파 민병대보다는 종파간 경계를 넘어 친정부 수니파를 신뢰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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