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소방안전교부세, 노후 소방장비 개선 되레 '발목?'
교부세 만큼 국비 지원 감축설…"오히려 지방 소방재정 악화 초래"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담뱃값 인상으로 신설된 소방안전교부세가 오는 7월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될 예정이지만 지방의 소방 재정 확충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소방안전교부세를 시·도에 지급하는 대신 기존에 지원하던 국비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것에 불과해 소방안전교부세 신설이 부족한 소방 인력 확충이나 노후한 장비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자체 소방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17일 충북도에 따르면 소방 장비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교체와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소방 차량·장비의 노후율은 17.5%에 달한다.
전년도 노후율 25.3%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지만 펌프차나 지휘차량의 노후율은 여전히 30%를 웃돌고, 펌프차와 고가(高架)차, 배연(排煙)차의 노후율도 20%대에 달한다.
특히 야간 화재 때 불을 밝히는 조명차의 노후율은 75%에 달한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담뱃값 인상이 거론되던 지난해 10월 "화재 원인의 31.1%가 담배꽁초 방치"라며 인상되는 담뱃값에 소방 목적의 과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키웠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방 사무 136개 중 국가 책임사무가 75%(102개)나 되는데도 3조1천억원에 달하는 전국의 소방재원 중 지방자치단체 부담 비율이 98.2%에 달한다.
충북의 경우도 도소방본부의 연간 사업예산 427억원 가운데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6%(84억8천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과 함께 소방안전교부세가 신설되자 지자체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노후차량 교체가 한층 속도를 내고, 부족한 소방인력도 현실에 맞게 충원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며 예상한 올해의 소방안전교부세 규모는 3천141억원이다. 이 교부세는 오는 7월부터 각 시·도에 분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소방안전교부세를 지방에 배분하는 만큼 그동안 지원되던 국비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지면서 소방 재정 확충이 공염불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게 사실"이라며 "만약 그렇게 되면 소방안전교부세 신설 기대 효과가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그렇게 된다면 중앙정부가 생색만 요란하게 낸 조삼모사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국비 지원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면 오히려 소방안전교부세가 지방의 소방 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국비가 지원되면 일정 비율을 지방비로 매칭하도록 돼 있는데, 소방안전교부세는 지방비 매칭 강제 조항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가 소방 분야 투자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안전교부세의 용도가 소방 시설·장비 확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재해 예방으로 용도가 광범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실이라면 소방 재정 확충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신설되는 소방안전교부세가 열악한 지방 소방행정의 해결사 노릇을 할지, 공연히 혹 하나만 더 얹게 되는 건 아닌지 몰라 지자체와 일선 소방 관계자들의 심사가 복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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