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르드계 인민민주당 6월 총선서 돌풍 일으키나
데미르타시 공동대표 인기몰이…에르도안 최대 적수로 부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3주 앞으로 다가온 터키 총선거에서 쿠르드계 야당인 인민민주당(HDP)이 일으킨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터키 정치사상 처음으로 쿠르드계 정당으로 총선에 도전한 인민민주당의 셀라하틴 데미르타시(42) 공동대표의 인기도 날로 높아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적수로 떠올랐다.
내달 6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인민민주당의 득표율은 4위가 확실하지만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10%를 얻을 수 있을지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민민주당 득표율에 따라 터키 미래가 바뀐다
터키의 쿠르드족은 전체 인구의 20%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총선에서 쿠르드계 정당으로 도전한 사례는 없다.
이는 동트(D'Hondt) 방식의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터키 헌법에서 원내 진출에 필요한 정당별 전국 득표율 하한선(봉쇄조항)을 10%로 정했기 때문이다.
인민민주당의 전신인 평화민주당(BDP)은 직전 총선인 2011년 전국 득표율이 10%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하고서 당선자들이 입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쿠르드계 정당들의 개편으로 출범한 인민민주당은 사상 첫 정당 후보를 내세워 10% 이상 득표에 도전했다.
데미르타시 공동대표는 13일(현지시간) 밤 터키 민영 뉴스채널 NTV에 출연해 득표율 10%를 넘기지 못한다면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총선 의제는 민주적이고 모든 국민의 생활 여건을 높이는 것인데 우리가 터키 사회와 이를 소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실패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민민주당은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무장해제 등 쿠르드족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사회민주주의 정책들을 약속했다.
이달 들어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인민민주당의 예상 득표율은 9~11%로 의석 확보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데미르타시 공동대표는 "우리는 득표율 10.5% 정도를 얻을 것으로 본다"며 원내 진출을 낙관하고서 "우리는 득표율을 13%까지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민민주당이 10%를 득표하면 전체 의석 550석 가운데 9% 정도를 차지해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대통령제 개헌을 위해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한 정의개발당은 과반 의석 확보로 단독정부를 구성하겠지만 290~300석 정도에 그쳐 개헌 국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는 의석수(330석, 5분의 3)나 국민투표 없이 의회에서 개헌할 수 있는 의석수(367석, 3분의 2)를 얻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휴리예트의 무라트 예트킨 칼럼니스트는 인민민주당이 쿠르드족 말고도 터키 사회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여성 등의 지지를 받아 10%를 넘긴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목표인 강력한 대통령제 전환은 무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인민민주당의 득표율이 데미르타시 공동대표가 지난해 8월 대선 때 득표한 9.76%에 그친다면 모두 사표로 처리되고 1위가 확실한 정의개발당이 60석 정도를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여당이 단독으로 대통령제 개헌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인민민주당이 10%를 넘기도록 하자는 전략적 투표론이 나오고 있다.
터키 이슬람 신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무스타파 아크욜은 14일자 칼럼에서 자신은 중도 우파 성향으로 정의개발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인민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민민주당의 득표율이 10%와 다름없는 9.9%를 받아도 국민의 표는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정의개발당은 330석을 넘길 수도 있으며 정의개발당 만으로 개헌을 한다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은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아 개정해야지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의 야심만으로 바꿔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이날 터키 리라화 가치의 주간 상승률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정의개발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되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이 약해지는 시장 참가자들이 최선으로 여기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터키 정계의 스타' 데미르타시는 누구
데미르타시는 터키 쿠르드족의 수도 격이 동부 디야르바크르 주(州) 태생으로 앙카라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면서 인권운동에 헌신했다.
그는 터키 인권협회(IHD) 디야르바크르 지부장을 지냈으며 국제 앰네스티(AI) 디야르바크르 대표도 역임했다.
그는 2007년 쿠르드계 정당인 민주사회당(DTP)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23대 총선 때 34세의 나이로 의원직에 올랐다.
민주사회당이 2009년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판결에 따라 해체되자 평화민주당 소속이 됐으며 2011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쿠르드계 정당 재편으로 창당한 인민민주당의 공동대표를 맡았고 지난해 8월 대선에 출마해 3위를 기록했다.
무라트 예트킨 칼럼니스트는 이날 '데미르타시, 터키 정계의 쿠르드 팝스타'란 칼럼에서 데미르타시 공동대표가 NTV와 생방송 인터뷰하기 전에 그와 사진을 찍으려고 건물 안팎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였다며 팝스타같은 인기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데미르타시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도 항상 웃는 얼굴과 격한 논쟁에서도 잃지 않는 온화한 태도 때문에 동경하며, 여성들은 잘생기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점을 좋아하는데 이는 터키 정계에서 드문 사례라고 덧붙였다.
특히 인민민주당은 남녀가 공동으로 대표와 주요 당직을 맡았으며 이번 총선 후보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고 지역구별 비례대표 1번도 모두 여성후보를 배치해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터키 뉴스포털 T24의 하칸 악사이 칼럼니스도 이날 '에르도안 아웃, 데미르타시 인'이란 칼럼에서 데미르타시 공동대표의 탈권위적 리더십과 온화한 품성, 지성 등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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