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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사랑 세족식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성지중고등학교 화곡캠퍼스에서 열린 '제14회 제자사랑 세족식'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2015.5.14 ksujin@yna.co.kr |
"선생님이 발 씻어주시니 나쁜 마음도 씻겠습니다"
스승의 날 서울 성지고 세족식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다소 더운 날씨에 운동장에 나온 200여명의 학생들이 차례로 선생님의 정성어린 손길과 시원한 물에 발을 맡겼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물이 차갑다'며 깔깔거렸지만 이내 발을 씻어주는 선생님의 진지한 태도와 따뜻한 말에 함께 진지해졌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고등학교에서 '제자사랑 세족식'이 열렸다.
이 학교는 매해 스승의 날을 전후로 교사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가 열 네 번째다.
야구부 담당 김택현(33) 체육교사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야구부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며 연습은 열심히 하냐, 투수는 잘 맞냐, 약은 잘 먹고 다니냐 등을 물었다.
간지럽다며 민망해하던 학생들도 이내 진지해져 대화를 이어나갔다.
클라이밍을 하는 학생은 성적이 좋지 않아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 교사는 각 대학별 입시안을 잘 보고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라고 격려했다.
김지후(18·여)양은 "스승의 날인데 제가 선생님 발을 씻어 드리기는커녕 선생님이 발을 씻어줘 죄송하다"면서도 "선생님이 남자친구와 언제 사귀고 헤어지는지를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데 더 친밀해 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이 학교에 처음 부임한 배준희 교사(25·여) 역시 "학생들이 싫어하는 듯하면서도 즐기는 것 같다"며 "스승의 날에 학생들 발을 씻어주며 아이들과 못했던 대화도 나누고 제자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뜻깊은 행사"라고 말했다.
세족식을 진행하고 난 학생들은 한데 모여 소감문을 작성했다.
1학년 1반 강세림 학생은 "선생님이 발 씻어주는 게 많이 민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었다"며 "발을 씻어주신 만큼 (내 안의) 나쁜 마음도 같이 씻겠다"고 적었다.
2학년 1반 김혜인 학생은 "그간 성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 드린 날들이 생각나 너무나 후회스럽고 반성하게 되는 행사였다"며 "앞으로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고 썼다.
김한태 교장은 "선생님이 학생의 발을 씻어주면서 마음 편하게 같이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선생님은 오직 학생을 위해서 있는 만큼 이날 행사를 계기로 학생들이 선생님을 더 편하게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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