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 무상급식비 소모적 갈등 3년전 '판박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14 14: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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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협상 감정싸움 양상…이시종·김병우 '통 큰' 결단 필요


충북도-교육청 무상급식비 소모적 갈등 3년전 '판박이'

실무 협상 감정싸움 양상…이시종·김병우 '통 큰' 결단 필요



(청주=연합뉴스) 윤우용·심규석 기자 = 전국 최초의 전면적 무상급식 도입을 자랑하던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분담금을 둘러싸고 또다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주머닛돈은 서로 덜 내려고 하면서 자신들이 무상급식의 주체라고 생색 내려고 다투던 3년 전 모습과 판박이다.

어느 한 쪽이 상대방 입장을 반박하면 곧바로 맞받아치는 모습도 똑같다.

2010년 11월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당시 교육감의 전격적인 합의로 이듬해부터 무상급식이 전면적으로 시행됐지만, 무상급식비 분담을 둘러싼 양측의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 3년 전과 '닮아도 너무 닮은' 분담 갈등

도와 도교육청이 2011년 무상급식을 한 초·중학교와 특수학교 학생 수는 16만3천586명이다.

당시 도교육청은 400억원, 도는 340억원을 부담했다. 54대 46의 비율이었다.

급식비를 절반씩 분담하기로 합의했지만 도의 부담을 고려, 2012년까지 인건비의 일정 부분을 도교육청이 떠안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후 양측은 상대방의 '결단'을 치켜세우며 현안마다 한목소리를 내는 등 한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이랬던 도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얼굴을 붉히기 시작한 것은 2013년도 무상급식 예산 편성 작업에 착수한 2012년 10월부터다.

무상급식 예산을 880억원으로 잡고 절반인 44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도와 총액을 946억원으로 하고 절반씩 내자는 도교육청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양측 다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추정 예산에서 무려 66억원이나 차이가 나면서 조율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와 같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악한 도의회가 도교육청 무상급식 예산안을 일부 삭감하고 도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양측의 갈등은 폭발 일보 직전으로 치달았다.

도의회가 중재가 아니라 '말리는 시누이' 역할을 하면서 도교육청이 단단히 뿔이 난 것이다.

도교육청은 "도가 무상급식비의 절반을 내지 않으면 부족분을 학부모에게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무상급식 포기라는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왔다.

제1의 공약으로 내세웠던 무상급식이 파국 위기에 내몰린 것에 부담을 느낀 이 지사가 한발 물러서면서 성탄절 이 교육감과 만나 전격적으로 합의, 갈등이 해소됐다.

◇ "수용 안 하면 판 깨겠다" 벼랑 끝 전술 속셈은

올해 무상급식비는 914억원이다. 두 기관 모두 지난해 말 457억원씩 분담하는 무상급식비를 올해 애초 예산에 반영했다.

이는 2013년 11월 도의회의 중재로 두 기관이 동의해 만든 '무상급식 분담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올해 무상급식 사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난 것은 지난 1월이다.

인건비 중 교육부의 지원분을 뺀 나머지를 양측이 절반씩 분담한다는 게 매뉴얼의 핵심 내용이었지만 인건비에 정부 지원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충북도는 도교육청이 이런 사실을 숨기고 도가 더 부담하도록 속였다고 의심의 눈총을 보냈다.

도교육청은 결국 국비가 일부 지원되는 인건비·운영비 400억원을 부담하겠으니 식품비 514억원을 떠안으라고 충북도에 제안했다.

도는 지난해 967억원의 무상급식비 총액 중 42.6%(412억원)를 도가 부담했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더 많이 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도는 애초 식품비의 75%(386억원)를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협상 때마다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도교육청의 태도가 괘씸했던지 70%만 부담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도교육청을 압박했다.

도교육청 역시 "더 협상해보겠지만, 도가 75% 부담을 고집한다면 방법이 없다. 수익자 부담 원칙의 급식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무상급식을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도와 도교육청 모두 '판을 깰 수도 있다'는 벼랑 끝 전술로 상대를 몰아가는 데는 역설적으로 상대가 절대 무상급식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셈법이 깔려 있다.

이 지사는 무상급식의 법적 근거를 두고 국회에서 논쟁이 벌어졌던 작년 11월 "무상급식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권리이며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무상급식은 헌법에 따라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의무급식"이라고 그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도교육청과의 비용 분담 문제로 무상급식을 포기하게 될 경우 맞게 될 정치적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렵다.

충북의 첫 진보 성향 교육감인 김 교육감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남도가 무상급식을 중단키로 하자 지난달 "무상급식 중단은 지역차별, 계층차별"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와 도교육청의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듯 위태해 보여도 무상급식이라는 판이 깨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여전히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술'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모적이고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있는 실무진 협상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로 여기는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충북학교급식운동본부는 14일 보도자료를 내 "최고 결정권자인 이 지사와 김 교육감이 실무자의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서 (갈등을) 마무리지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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