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치누크헬기 네팔 가려다 "지붕 날린다" 입국 금지
추가 강진 사망자 70명으로 늘어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네팔에 지진 구호를 위해 날아간 영국군의 치누크 헬기가 주택가 지붕을 날릴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장 투입이 금지됐다.
영국 공군이 파견한 치누크헬기와 이에 딸린 조종사, 승조원, 정비사 등 지원병력 100명은 현재 네팔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인도 뉴델리공항에 머물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팔 외교부 관계자는 "헬기의 강력한 프로펠러 힘에 의해 초래될 구조적 피해가 우려된다"며 "영국측에 이곳에서 치누크 헬기를 비행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네팔 측은 카트만두 일대에서 이 헬기에 의해 깨진 창문이나 부서진 지붕이 날리며 주택과 건물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이 파견한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가 하강하는 과정에서 작은 건물의 지붕을 날려버렸다는 한 현지 언론의 보도가 시발이 됐다. 네팔 주재 미국대사관측은 "이런 사고는 매우 드물다"며 "만약 오스프리가 원인이 됐다면 변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지진 직후 구급용 헬기 부족에 시달리던 네팔 정부는 지난달말 영국의 치누크헬기 파견 제안을 환영하며 이 헬기가 접근이 어려운 네팔 산간지대에서 환자와 구조인력을 이동시키고 구호품을 수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한 바 있다.
미국 보잉사가 1960년대 개발한 치누크는 강력한 쌍발 엔진에 트윈 프로펠러를 단 중형 헬기로 길이 30m 크기에 최고 시속 315㎞로 날 수 있어 수송용 헬기의 대명사로 불린다.
영국은 프로펠러 등을 해체한 다음 대형 수송기로 치누크 헬기를 싣고 가 카트만두에서 재조립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다시 치누크헬기를 철수시켜야 하는 영국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 2005년 8만6천명의 사망자가 났던 카슈미르 지진을 포함 각종 재난구호 작업에서 치누크헬기가 효과적으로 사용된 바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실망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치누크는 구조물에 대한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택된 기종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과 네팔 양측은 치누크 헬기를 네팔에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치누크 헬기가 육상에 내릴 필요 없이 구호물품을 매달고 피해현장에 수송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한편 미국 해병대원 6명 등 총 8명을 태우고 타마코시강 유역에서 지진 구호활동을 하던 미군 헬기가 실종된 지 이틀이 넘어가면서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지진에 이어 11일 추가 강진으로 네팔에서만 80명이 사망하고 2천376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인도에서도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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