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 대폭 축소…농촌학생들 배움 기회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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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과후교실에서 플루트 연주를 배우고 있는 충북 옥천 증약초등학교 학생들. |
지자체 교육경비 지원 중단 2년째…교육 도농 격차 심화
정부 규제로 충북 11개 시군 가운데 재정 열악 6개 군 지원 못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 대폭 축소…농촌학생들 배움 기회 잃어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정부가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를 제한한 이후 농촌지역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이 대폭 축소되면서 도농 간 교육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14일 충북 단양군 등에 따르면 2013년 10월 당시 안전행정부는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교육경비 보조금 예산을 편성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공무원 월급도 못 주는 판에 혈세를 다른 곳에 퍼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이 지침에 따라 단양·증평·괴산·보은·옥천·영동군 등 도내 6개 지자체가 지난해부터 교육경비 지원을 중단했다.
이 지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일선 학교에서는 지자체로부터 받은 교육경비를 방과후학교·돌봄교실·영어체험센터 운영, 다목적 교실 건립비 등으로 썼다.
하지만, 이 지침으로 교육경비 지원이 2년째 중단되면서 농촌의 학교들이 각종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했다.
반면 재정적 여유가 있는 도내 나머지 지자체 5곳은 여전히 교육 경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청주시 175억원, 진천군 54억원, 충주시 46억원, 제천시 27억원, 음성군 18억원 등 교육 경비가 정상적으로 지원됐다.
결국 도시나 규모가 큰 군(郡)은 교육 경비 지원이 계속되는 반면 교육 환경이 열악한 농촌지역은 지자체 지원 중단으로 교육 프로그램 가동이 멈추면서 도농간 수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옥천군 군북면의 증약초등학교는 지난해 교육경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한해 1천300만원이던 방과후학교 운영비가 800만원으로 줄었다.
이 학교는 어쩔 수 없이 플루트·배드민턴·컴퓨터 교실 가운데 컴퓨터 교실 운영을 포기했다.
플루트·배드민턴 교실 역시 운영 기간을 9개월에서 6∼7개월로 줄였다.
이 학교 관계자는 "예산에 맞추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프로그램 수와 운영 기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옥천군이 2013년 이 지역 학교 등에 지원한 교육경비는 무상급식비를 제외하고도 18억8천만원에 이른다.
옥천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옥천군의 교육경비 지원 중단 이후 학교발전기금 등 자체 예산으로 각종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빠듯한 학교 살림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까지 단양군으로부터 연간 12억원가량의 교육경비를 지원받았던 단양 일선 학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단양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련한 군 지원 예산이 3억6천300만원이나 줄면서 각급 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수가 200여개에서 100개 안팎으로 절반 이상 축소됐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참여율 역시 2013년 98%에서 지난해 76%로 줄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예산 부족으로 축소·폐지됐기 때문이다.
단양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농촌 지역은 변변한 사설학원이 없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의존도가 높은데 사업이 절반 이상 축소되다 보니 도농 간 교육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케스트라 같은 예체능 분야는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예산이 부족해 프로그램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고가의 장비를 묵히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영탁 단양군의원은 "교육에서조차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돼서는 안 된다"며 "충북도에서라도 교육경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양군의회는 지난 12일 이런 취지의 '충북도 균형발전 교육지원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채택해 도와 도의회, 도교육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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