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한가 30%> ②17년만의 규제 완화…"여건 성숙됐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14 0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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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률제 변경후 4번째 확대…±6%에서 차츰 폭 넓혀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가격제한폭 없어

<상하한가 30%> ②17년만의 규제 완화…"여건 성숙됐다"

정률제 변경후 4번째 확대…±6%에서 차츰 폭 넓혀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가격제한폭 없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다음 달 중순에 시행될 국내 주식 시장의 가격제한폭 확대는 유가증권시장만 놓고 보면 무려 17년 만에 이뤄지는 규제 완화 조치이다.

국내 증시의 안정성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가격제한폭을 확대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가격제한폭 규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정액제→정률제…4번째 가격제한폭 확대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가격제한폭 확대는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 이후 이번이 4번째다.

거래소는 증시 개설 초기부터 가격제한폭 제도를 운용해 왔다. 시장 초기에는 거래소 재량으로 가격제한폭을 적용하다가 1996년 5월 업무규정에 가격대별 정액제의 가격제한폭 제도를 명문화했다.

유가증권시장은 처음에는 17단계로 기준 가격대를 구분해 정액제에 기반을 둔 가격제한폭을 운영해 왔다. 이에 따라 평균적으로 4.6% 수준의 가격제한폭이 적용됐다.

하지만, 정액제는 가격대별 변동률의 차이가 있고, 가격대가 바뀔 때마다 제한폭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1995년 4월 정률제로 변경하고 가격제한폭을 ±6%로 정했다.

이듬해인 1996년 11월 가격제한폭을 ±8%로 확대한 데 이어 1998년 3월 ±12%로 늘리고선 그해 12월 ±15%로 확대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11단계의 정액제(평균 5.4% 수준)를 1996년 11월 정률제로 바꾸며 가격제한폭을 ±8%로 설정한 데 이어 1998년 5월 ±12%로, 다시 2005년 3월 ±15%로 확대했다.

거래소는 과거의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장 효율성 증대와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거래소가 상·하한가 비중 추이를 살펴본 결과 가격제한폭이 ±8%인 기간에는 상·하한가 비중이 18.6%였지만 ±12%일 때는 12.0%, ±15%일 때는 8.2%로 점차 줄었다.

일별 주가 변동성도 유가증권시장은 2.65%(가격제한폭 ±12% 기간)에서 2.27%(가격제한폭 ±15% 기간)으로, 코스닥 시장은 4.59%에서 4.32%로 각각 완화됐다.

거래량도 소폭 늘었다. 1996년 11월(±6%→±8%) 가격제한폭 확대 전후 6개월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2천437만3천주에서 3천370만6천주로, 1998년 3월(±8→±12%) 전후로는 6천257만4천주에서 6천741만3천주로 각각 증가했다.

현재의 ±15%로 확대한 1998년 12월 전후로는 1억70만5천주에서 2억3천981만3천주로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유의미한 거래량 증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998년 말부터 거래대금과 회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당시는 외환위기에 따른 급락 이후의 반작용과 글로벌 정보기술(IT) 버블이 형성된 시기라는 점에서 단순히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미국·영국은 가격제한폭 없어

금융당국과 업계 내부에선 가격제한폭을 넓혀도 시장 혼란 등의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선진국처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하루평균 상·하한가 도달 종목수가 유가증권시장은 8.9개(총 종목 수 대비 1.0%), 코스닥 시장은 15.8개(1.5%)에 불과했다. 가격제한폭 확대를 위한 여건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 도달 빈도가 감소하고 있다"며 "그만큼 시장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투자자의 가격 발견 능력과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이 제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 등 증시 성숙도가 높은 국가의 거래소에서는 서킷 브레이커(CB)와 같은 변동성 완화 장치 외에 특별한 가격제한폭을 두고 있지 않다.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에선 종목별 상·하한가를 두는 등 나름의 동적 및 정적 변동성 완화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0년 5월 6일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일시 급락)를 계기로 2013년 4월 '유럽식 변동성 완화 장치'를 도입했다. '플래시 크래시'는 주문 착오에 따른 대규모 선물 매도 등으로 다우지수가 5분간 573.27포인트 폭락했다가 다시 3분 만에 543.08포인트 급등한 사건을 말한다.

종전에는 주가가 특정 가격 범위를 벗어나면 전자 거래를 정지했으나 종목별 가격이 급변하면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안전장치를 보완한 셈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다수 국가에서 시장 관리자(거래소) 차원의 직접적인 가격 규제보다 변동성 완화 장치처럼 개별 투자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투자하는 문화로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시아의 대다수 거래소를 비롯해 신흥국은 전반적으로 가격제한폭만 두고 있다. 중국은 ±10%, 태국은 ±30% 등의 가격제한폭을 두고 있다.

다만, 일본과 대만은 가격제한폭과 변동성 완화 장치를 혼합해 운영 중이다. 일본은 가격수준별로 34단계로 세분화된 가격대별 제한폭(평균 22%)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가격제한폭 확대 등으로 과도한 가격 급변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시장 안정화 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지수가 10% 하락하면 20분간 거래가 정지되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8%, 15%, 20% 등 지수하락률 단계별 발동구조로 전환된다.

전날 종가 혹은 직전 단일가 대비 주가 변동 폭이 10%를 넘으면 단일가 매매로 전환되고 단일가매매 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변동 폭이 ±10%로 재설정되는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도 새로 도입된다.

전균 연구원은 "개별주식에 대한 가격제한폭 설정이 거래소의 선제적인 시장 개입의 성격이 강한 반면 변동성 완화 장치는 사후적인 시장 개입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시장 친화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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