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를 멜로로 뒤집은 배우 전도연의 영화 '무뢰한'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13 1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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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를 멜로로 뒤집은 배우 전도연의 영화 '무뢰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전도연씨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얘기하더라고요. '이런 시나리오로 배우들을 감정에 늪에 빠뜨려놓고 감독님은 왜 들어오지 않느냐'고."

영화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이 13일 왕십리 CGV에서 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전도연과 호흡을 맞추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였다고 꼽은 이야기다.

제작진은 이 영화에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수식어를 달아놓았다.

완숙한 계란처럼 단단한 사실주의 수법을 뜻하는 하드보일드는 멜로가 아닌 누아르 장르에 어울리는 말이다.

실제 '무뢰한'은 밑바닥 세계에서 비열한 살인자가 더 비열한 형사에 쫓기는 과정을 표면적 줄거리로 삼은 범죄물이다.

직접 대본을 쓴 오 감독은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는 없는 수많은 인물이 바글거리는 세상에서 남녀 주인공이 종잇장처럼 얇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는 영화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형사와 살인자의 사이에 살인자의 애인이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분위기는 반전한다.

살인자의 여자를 연기한 전도연은 건조한 누아르가 될 수 있었던 영화를 뜨거운 멜로로 뒤집는다.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더러운 기억을 얹고서 사는 거지, 나지막이 읊조리는 배우 전도연이 발산하는 존재감이란 동시대 다른 어떤 배우도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전도연은 대본을 읽었을 때만 해도 김혜경이 희망이라고는 없는 냉정한 여자라고 생각했고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야 누구보다 사랑에 안주하는 꿈을 꾸는 여자임을 알았다고 했다.

전도연은 "김혜경을 다른 남자 영화들에서 그랬듯이 대상화된 여자로 그리지 말자는 얘기를 감독님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날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전도연은 "울음이 나는데 참았다"며 "내가 촬영하긴 했지만, 김혜경이란 여자를 알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도 했다.

형사 정재곤과 여자 김혜경은 진심인 듯 거짓인 듯 애매한 말과 행동을 내뱉고 주워담고 내뱉고 주워담는다. 그 미묘한 감정선은 보는 이에게서도 외줄 타기 하듯 아슬아슬하면서 설레는 마음을 끄집어낸다.

새로운 감정에 달뜬 모습,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서툰 모습을 연기한 김남길에게서는 이제까지 보여준 남성미 강한 모습과는 또 다른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남길은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라면서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전의 형사는 범죄자보다도 이악스러운 캐릭터가 많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억지로 하지 말고 흐름에 맞춰 감정에 편하게 따라가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자체도 정재곤이라는 인물과 비슷하다. 투박하고 삐딱하고 조금은 겉멋이 들었더라도 그 안에는 진심이 들어 있다.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세상 살기 힘드니 힘든 얘기 한번 해보자"는 말로 회유했다는 오 감독은 "스며들 듯이 오는, 자극적이지 않은 사랑도 있다는 것을 관객들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이날 개막한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칸 영화제는 전도연에게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선사한 곳이다.

전도연은 "그곳에서 받을 자극에 대해, 또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올 나에 대해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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