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한인 영주귀국 지속 불투명…신청 97명뿐
日 "사업 올해로 마무리짓겠다"…한인단체 "후손도 자손도 귀국시켜라"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 등으로 사할린에 갔다가 귀국하지 못한 한인 1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해 사는 영주귀국이 올해로 마무리될 전망이어서 사할린 한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특수복지사업소 관계자는 13일 "올해 190명(2세 포함)의 영주귀국 예산을 확보했으나 실제 신청 인원은 97명(1세 59명, 2세 38명)에 불과하다"며 "계획 인원보다 신청자가 현저히 모자라 이달 말 영주귀국 지속 여부를 놓고 일본 정부와 벌일 협상에서도 추가 예산을 얻어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사업은 지난 1989년 7월 한국과 일본 정부의 합의에 따라 시작됐다. 일시 모국 방문과 영주귀국자들의 고향 방문(역방문) 등을 포함해 양국 적십자사가 실무를 맡아 '영주귀국 사업'이라는 틀 속에서 진행해왔다.
영주귀국 신청 대상은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사할린에서 출생했거나 거주한 한인,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와 장애 자녀에 한한다. 지난해 103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4천293명의 한인이 고국에 돌아와 정착했다.
이 가운데 세상을 떠나거나 다시 사할린으로 돌아간 이들을 제외한 3천여 명이 현재 안산·인천·파주·김포·천안·원주 등지에 정착해 살고 있다. 영주귀국자들은 국내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특례수급자로 지정돼 특별생계비, 기초노령연금, 의료 급여 등을 지급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3∼2015년 조사를 토대로 영주귀국 희망자 238명 가운데 지난해까지 영주귀국 후 남은 인원 1세 126명을 올해 영주귀국시키고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의 이 같은 입장에 사할린 한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사할린주한인문화센터 회의실에서 한인단체 대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한적십자사 주최로 열린 제12차 사할린 한인단체 대표자회의는 규탄의 장(場)이 됐다.
회의에는 임용군 사할린주한인회 회장, 김홍지 주한인노인회 회장, 박순옥 주한인이산가족협회 회장, 최일봉 지역간사회단체 사할린한인협회(모스크바) 회장, 손춘자 로스토프 동포회 회장, 전윤수 연해주이산가족협회(블라디보스토크) 회장, 김영준 극동지역한인 이산가족협회(하바롭스크) 회장, 고신자 카자흐스탄 사할린향우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올해 영주귀국 사업이 마무리되는 해여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하루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사할린 한인 지원 한·일 적십자사 공동 사업체'에 사할린 한인단체 대표들의 참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자손도 희망자에 한해 영주귀국 허용 ▲영주귀국이 마무리되더라도 사할린 잔류 1세들에게 월 300달러의 생계 지원금 지급 ▲부모 사망자 모국 방문 추진 ▲징용당한 사할린 한인들의 미지급 임금, 우편예금을 현재의 화폐 가치로 환산해 특별기금 조성 ▲1세 영주귀국 및 일시 모국 방문 시 동반자 동행 추진 ▲1세 모국 방문 시 관광 대신 건강검진 추진 등을 담고 있다.
단체 대표들은 이 결의문 내용을 조속히 이행하도록 러시아와 일본 정부에 적극 호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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