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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
'보코하람의 여자들'…주홍글씨에 다시 가족 곁 떠나
집단납치 후 탈출 치복 여학생들 낙인 못 견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보코하람의 여자.'
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보코하람에 집단납치됐다가 탈출한 치복 여학생들이 그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가혹한 '주홍글씨' 때문에 다시 가족을 떠나고 있다고 AP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의 처지는 임신한 수십 명을 포함, 수개월간 보코하람에 감금됐다가 최근 구출된 수백 명의 여학생과 여성들에게 좋지 않은 징조가 되고 있다.
잔인무도한 보코하람의 감금상태에서 겨우 풀려났지만 정작 '소녀를 돌려달라'고 외치던 그들의 지역사회로부터 낙인이 찍혀 다시 내쫓기는 것이다.
바바툰데 오소티메힌 유엔 인구기금 사무총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오소티메힌 총장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포로가 돼 보코하람이 그들에게 한 일을 신만이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그들을 데려오고 그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을 삶의 현실로 복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인구기금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사회심리적 상담과 생식·모성보건을 위한 치료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소녀들이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수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보코하람 본거지 보르노 주 카심 셰티마 주지사는 지난주 "테러리스트에 의해 강간당하고 임신된 소녀와 여성들이 새로운 테러리스트를 낳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셰티마는 "나는 여성 대부분이 강간당하고 나서 자신이 낳은 어린이를 증오하고 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부성을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우시 세군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은 "셰티마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발언은 매우 유감이며 그가 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바로 그 낙인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군은 "납치 초기 트럭을 타고 이동되는 동안 낮게 드리워진 나뭇가지를 잡고 도망친 여학생들이 그들의 용기로 인해 존경을 받는 대신 '보코하람의 여자들'이라고 불린다"고 개탄했다.
소녀 중 일부는 끝내 고향마을 치복을 떠나 다른 곳에서 친척이나 친구들과 살고 있다.
세군은 "이 소녀들은 강간은커녕 접촉도 없었다. 그러나 보코하람과 뭔가를 공유한 것으로 확인된 누구든지 낙인과 비방을 받는다"고 말했다.
보코하람은 지난해 4월 14일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 치복공립여자중등학교 기숙사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 중 탈출에 성공한 57명을 제외하고 219명이 1년 넘게 실종 상태다.
집단피랍 사건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캠페인 '우리 소녀들을 돌려줘'(BringBackOurGirls)가 벌어졌다.
국제앰네스티(AI)는 최근 보코하람이 지난해 초부터 나이지리아에서 2천 명이 넘는 소녀와 성인여성을 납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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