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왕, 미국초청 거부…"이란문제에 강한 불만"
오바마 대통령-걸프 6개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불참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사우다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이 이번 주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걸프 6개국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불참키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살만 국왕은 오바마 대통령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정상을 초청해 13∼14일 백악관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 예정인 회동에 불참한다고 사우디 당국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대신 모하마드 빈나예프 사우디 왕세자 겸 내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모하마드 빈살만 부왕세자 겸 국방장관과 함께 참석한다.
사우디와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정상들이 초청된이번 회담에서는 이란 핵협상과 중동 내 이란의 위상 문제, 예멘 사태, 시리아 내전 등이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사우디 아델 알주베이르 외교장관은 성명에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예멘의 5일간 휴전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살만 국왕이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없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살만 국왕을 단독 접견하는 일정까지 잡아둔 마당에 뒤늦게 행사 불참 사실을 밝힌 것은 미국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우디는 지난 8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프랑스 파리에서 이번 회담에 초청한 걸프국 외교장관들을 만나 의제를 조율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내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살만 국왕이 미국을 방문해 중동지역과 양국 간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살만 국왕의 정상회담 불참은 중동의 경쟁자인 이란과 미국의 최근 관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분명하게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랍 국가들이 최근 급부상하는 이란과 맞설 때 미국이 아랍을 지원할 것이라는 확신을 충분히 주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의 가장 큰 불만은 미국이 방위조약 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걸프 국가들은 외부 공격을 받을 때 미국이 방어를 도와주는 내용의 방위조약을 맺자고 강하게 압박해 왔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 비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성명을 제안할 계획이지만 방위조약보다 구속력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향후 대통령들이 이를 계속 존중한다는 보장도 없다.
존 알터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살만 국왕의 불참이 미국으로선 다행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모욕이기도 하다"면서 "사우디의 젊은 장관들의 역량을 판단해 볼 기회이가 될 순 있겠지만 캠프 데이비드에서 미국 대통령과 함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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